경기 시작 3시간부터 분위기가 들썩였다.
경남은 5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산둥 루넝(중국)와 2019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렀다. 한때 해체 위기까지 맞았던 경남의 역사적인 ACL 데뷔전이었다. 경남은 지난 시즌 K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처음으로 ACL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남은 올 겨울 폭풍영입에 나서며 ACL 도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도민들이 화답했다. 지난 성남과의 개막전에 6000명이 넘는 팬들이 찾았다. ACL 첫 판은 더 뜨거웠다. 평일, 거기에 최악의 미세먼지라는 악재까지 겹쳤지만, 팬들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3시간 전부터 표를 구하기 위해 팬들이 줄을 섰다. 경기 시작 전까지 팬들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지난 시즌 최고의 성적 속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팬들의 반응이 뜨거운 이유는 또 있었다. 빅리그를 누비던 거물 외인들의 맞대결을 보기 위해서다. 경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7시즌을 소화한 조던 머치와 인터밀란, 프랑크푸르트, 스포르팅리스본 등에서 뛴 룩 카스타이노스를 영입했다. 커리어면에서는 역대급 외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산둥에는 마루앙 펠라이니와 그라치아노 펠레가 포진했다. 펠라이니는 설명이 필요없다. 에버턴, 맨유에서 뛴 슈퍼스타다. EPL에서 354경기를 소화하며 55골을 넣었다. 거액을 받고 중국에 새 둥지를 틀었다. 펠레는 이탈리아 대표팀 원톱 출신이다.
경기 전부터 양 팀 외인의 맞대결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종부 감독이 불을 붙였다. 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산둥에 펠라이니가 있다면 경남에는 조던이 있다"고 했다. 개막전에서 한 수위의 기량을 보인 조던에 무한 신뢰를 보냈다. 김 감독은 조던은 선발 명단에 올렸고, 룩을 벤치에 대기시켰다. 리 샤오펑 산둥 감독은 펠라이니-펠레를 모두 투입시켰다.
조던과 펠라이니는 나란히 양 팀의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뛰었다. 남다른 시야와 패싱력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EPL 출신 다운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전반은 산둥이 웃었다. 전반 20분 펠레가 장기인 헤더로 선제골을 넣었다. 경남은 첫 ACL 경기라는 부담 때문인지 잔실수가 많았다. 후반 경남이 룩을 투입시키며 승부수를 띄웠다. 산둥 쪽으로 쏠리던 거물 외인 대결은 다시 경남 쪽으로 무게추를 옮겼다.
룩의 투입으로 무게감이 더해진 경남은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14분 네게바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자 우주성이 슬라이딩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경남의 ACL 첫 골이었다. 기세가 오른 경남은 후반 20분 기어코 승부를 뒤집었다. 룩이 왼쪽을 돌파하며 올려준 볼을 김승준이 감각적인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경남은 조던의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나오고, 룩의 슈팅이 아쉽게 빗나가는 등 산둥을 두드렸다. 하지만 산둥의 펠레는 32분 멋진 터닝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경기는 2대2로 마무리됐고, 거물외인의 대결도 무승부로 끝이 났다.
한편, 역시 창단 첫 ACL 나들이에 나선 대구FC도 승리를 따냈다. 대구는 호주 멜버른 아미파크에서 열린 멜버른 빅토리와의 ACL F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세징야-황순민-에드가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3대1로 승리했다.
창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