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가 우승했다. 정규리그 7회 우승. 역대 KBL 최다의 금자탑을 쌓았다.
시즌 전부터 대부분 농구 관계자들은 모비스를 '1강'이 아닌 '특강'으로 꼽았다. 그만큼 전력이 탄탄했다. 라건아를 데려오면서 골밑 높이와 트랜지션 게임을 보강했고, 문태종 오용준을 데려왔다. 기존의 양동근 함지훈에 이대성과 이종현까지 있었다. 또, 지난 시즌 팀의 주요 롤 플레이어였던 박경상을 비롯, 단신 외국인 선수 섀넌 쇼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국내 최다승 사령탑 유재학 감독이 있었다.
올 시즌 내내 1위를 질주한 모비스. 하지만, 그들의 정규리그 우승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유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이 이전 5차례 우승보다 더 힘들었다"고 했다.
모비스는 KBL 역대 최다인 7회. 유재학 감독도 정규리그 6회 우승을 차지했다. 감독 통산 최대 기록이다. 모비스의 우승에는 몇 가지 핵심 요소들이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과감하게 '우승 올인'을 선언했고, 집중했다. 줄부상의 위기가 있었지만, 특유의 팀컬러를 바탕으로 매끄럽게 빠져 나왔다. 그들의 정규리그 의미,그리고 플레이오프 우승 가능성을 분석했다.
▶선택의 기로
라건아에 대한 선택은 어정쩡한 미래 보다는 현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의미가 있었다. 모비스는 라건아를 데려왔다. 우승을 위한 첫번째 발걸음. 지난 시즌 아킬레스건이었던 포스트가 강점으로 변했다.
사실 라건아 선택은 위험성이 있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3년 계약. 올 시즌 우승하지 못하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선택. 하지만 모비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우승의 적기라고 판단했고, 과감하게 행동했다. 여기에 우승을 위한 조합을 보강했다. 문태종과 오용준을 데려왔다. 우승을 위한 선수구성을 일사천리로 마무리 지었다.
▶위기
KCC는 모비스에게 까다로운 상대였다. 모비스의 정적인 포스트 농구를 2대2 공격으로 날카롭게 반격했다. 결국 4라운드까지 3승1패로 앞섰다. 유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KCC가 올라오면 굉장히 위협적"이라고 했다.
여기에 핵심 선수들의 줄부상이 뒤따랐다. 이종현이 시즌 아웃을 당했다. 정규리그 보다 플레이오프에서 포스트에 높이를 더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 그가 빠지면서 라건아와 함지훈의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
또, 이대성과 양동근도 전력에서 이탈했다. 초반, 모비스의 우승 가능성을 확신했던 농구계 관계자들은 "모비스의 우승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해 볼만하다"고 했다.
▶저력
모비스의 정규리그 승패 표를 보면, 최다 연패가 2연패다. 그 이상이 없다. 대단하다.
아무리 뛰어난 팀이라도 긴 정규리그에서 연승과 연패를 오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비스는 3연패를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모비스는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같은 탄탄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팀을 운영한다. 한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팀 농구를 철저하게 펼치고 거기에 따른 시스템을 매우 중요시 한다. 위기에서는 힘이 된다.
양동근과 이대성의 빈 자리는 박경상, 고졸 신인 서명진 등이 쏠쏠한 역할을 해주며, 공백을 최소화했다. 유재학 감독은 수비를 더욱 강화했다. 올 시즌 팀 컬러가 빠른 트랜지션에 의한 공격 농구. 여기에 2대2를 중심으로 한 활동력 높은 농구를 추구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기존의 팀컬러는 효율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팀 전체 기틀을 바꾸면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을 모비스는 최소화했다. 그런 힘이 있었다. 탄탄하게 만든 시스템 때문이다. 결국 라건아와 이대성이 대표팀에 차출됐을 때, 주전들의 줄 부상을 입었을 때, 연패에 빠지지 않았다. 잘 버텼다. 정규리그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챔프전 우승 가능성은?
이제 남은 것은 챔프전 우승이다. 모비스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팀 시스템이 더욱 좋아졌다. 시즌 초반, 라건아와 함지훈 이종현이 포스트에 버티고 외곽에서 볼을 투입하는, 정적인 농구가 있었다. 트랜지션에서는 많은 실책이 나왔다.
그런데 포메이션을 바꿨다. 2대2 공격을 위주로 좀 더 원활한 볼 흐름을 만들었다. KCC에는 '쇼터'를 브라운에게 붙이며 오히려 활동력을 높이는 변화로 '천적관계'를 청산했다.
유재학 감독은 "3년간 얼리 오펜스에 대한 실험을 계속했고, 진행 중이다. 3년 전 전지훈련에서 외국 코치에게 얼리 오펜스에 대한 패턴을 받아들고, 많이 고민하고 스스로 생각을 변화했다. 초반 포스트 위주의 공격이 많았던 것은, 내부의 문제였다. 트랜지션을 강화하면서 체력적 부담감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정적인 농구가 됐다"며 "나 자신도 주전들의 줄부상이 있을 때, 이런 농구를 가끔 잊어버리기도 했다. 다시 트랜지션을 독려했고, 센터가 3점슛 라인 밖까지 나와서 스크린을 쳐 주는 2대2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고 했다.
양동근은 "이제 조금씩 안정화되는 것 같다. 트랜지션을 강조했을 때 실책이 상당히 많았는데, 적응의 문제가 있었다. 이제는 순간순간 트랜지션을 하면서도 좀 더 확률높고 안전한 플레이를 한다. 손발이 맞아들어가고 있고 실책을 줄일 수 있었다. 아직까지도 계속 맞춰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챔프전 우승 확률을 "60~70% 정도"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 "시즌 초반 쉽게 대응하다가 시즌 막판 어려운 팀들이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고전한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그런 팀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