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대여료를 받아야겠어요."
'에이스' 박혜진(아산 우리은행)이 슬며시 미소 지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11일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2019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 치열한 경쟁 끝에 신인선수상의 주인공이 된 박지현(우리은행)이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박지현은 감사한 이름을 하나둘 거론하더니 마지막에 "시상식에 오기 전 옷을 입었는데 언니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 옷과 귀걸이 등을 다 빌려줬다. 그래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깜찍한 멘트를 남겼다. 이날 박지현이 입고 온 옷은 '주장' 박혜진이 빌려준 옷이었다.
박혜진이 빌려준 옷, 단순한 '정장'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박지현에게 건네준 정장은 정확히 2년 전, 박혜진이 시상식에 입고 참석했던 것이다. 당시 박혜진은 2016~2017 여자프로농구 MVP를 거머쥐며 활짝 웃었다.
MVP가 입었던 정장. 그 옷을 입고 시상식에 참석한 '루키' 박지현은 상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선수상을 거머쥐며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본 박혜진은 "(박)지현이가 회색 정장을 입었는데, 다소 어두워 보였다. 조금 더 밝은 느낌이 나는 옷을 찾다 보니 지난해 시상식에서 입었던 옷이 눈에 띄었다. 한 번 입어보라고 했는데, 옷이 잘 맞아서 다행이다. 지현이가 상금도 받은 것으로 아는데, 대여료로 받아야겠다"며 호호 웃었다.
'특급 신인' 박지현은 박혜진의 길을 밟고 있다. 2008~2009시즌 신인선수상을 거머쥐었던 박혜진은 한국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우리은행 소속으로는 박혜진 이후 10년 만에 신인선수상을 받은 박지현은 잠재력 풍부한 선수다. 박지현은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니들을 따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