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바뀌었지만 소용 없었다.
타자친화적 구장 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는 첫날부터 뜨겁게 불타올랐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이 마치 포연 같았다.
홈런이 대거 양산됐다. KT 4개, 삼성 3개 등 총 7개가 터졌다. 이날 5개 구장에서 나온 11홈런 중 대구에서만 절반 이상이 나왔다. 안타는 총 32개(삼성 20안타, KT 11안타), 스코어는 13대12 삼성 승리였다.
포문은 KT가 열었다. 시즌 개막에 맞춰 구위를 끌어올리는 중인 삼성 선발 윤성환을 홈런 4방으로 공략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윤성환은 젊은 투수들보다 실전을 늦게 시작했다. 현재 "볼 회전수를 높이는 중"이다.
초반 KT 대포에 폭격을 당했지만 김동엽 이학주 등 새 얼굴이 가세한 삼성 타선은 강해졌다. 백업 선수들의 투지도 빛났다. 추격의 불씨는 강민호가 당겼다. 0-5로 뒤진 2회 첫 타석에서 KT 선발 쿠에바스의 초구를 밀어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6-9로 뒤지던 삼성은 6회말 멀티플레이어 최영진의 우월 투런홈런을 시작으로 대거 5득점 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9회초 3실점 하며 재역전을 당했지만 삼성은 또 한번 대포로 따라갔다. 손주인이 9회말 깜짝 동점포를 날렸다. 결국 삼성은 김성훈의 끝내기 좌중간 적시타로 시범경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무더기 홈런은 여러 이유가 있다. 시범경기에는 무제한 등판이 가능하다. 테스트 중인 마운드를 감안해야 한다. 주력 투수들의 구위가 아직 덜 올라온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새 공인구 사용 첫날 라팍에서 터진 7개의 홈런과 25득점은 심상치 않다.
올시즌 역시 불펜진의 심리적 부담이 예상된다. 시범경기였지만 양 팀 마지막 투수들은 실점을 하며 고전했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불펜진에게 장타 부담이 없기를 바라는건 무리다.
하지만 타자 친화적 구장은 주어진 환경이다. 어쩔 도리가 없다. 한두점 차 승부처에서 불펜진은 릴레이로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다. 1대1 승부에서 도망갈 곳은 없다. 죽든가, 죽이든가 양자택일이다. 피할 수 없으면 맞서 싸우는 수 밖에 없다. 피하는 칼 보다 찌르는 칼이 세다. 공격적 투구가 이길 확률을 높인다.
타선은 희망적이다. 라팍의 만년 홈런적자 청산의 원년이 될 수 있다. 이날 3안타를 날린 거포 김동엽을 영입했고, 기존의 힘있는 타자들은 기존의 파워를 늘렸다. 타선이 촘촘해져 상대 투수들로서는 주요 타자와의 정면승부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자연스레 팀 홈런수가 늘어날 확률이 높다.
이제 막 안방에서 1경기를 치렀다. 봄날씨 변덕 처럼 봄야구의 변수는 실로 다양하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홍미롭게 지켜볼 포인트 하나가 있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 야구 색깔이 꽤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