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1박2일'이 고정 멤버인 정준영의 물카 논란에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네티즌은 2016년에도 이미 한 차례 몰카 혐의로 논란을 빚은 정준영이 다시 방송에 복귀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줬던 '1박2일'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S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불법 촬영과 유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정준영을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정지시킨데 이어, 당분간 '1박 2일' 프로그램의 방송 및 제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KBS에는 앞서 정준영의 출연 분량은 모두 편집해 방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준영 논란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음에 따라 이례적으로 프로그램 중단을 선언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부터 '1박 2일' 시간에는 당분간 대체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17일 오후 4시 50분부터 '하나뿐인 내편' 103회와 104회 재방송이 편성됐다. 오후 6시10분부터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정상 방송된다.
KBS는 "출연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특히 가수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KBS는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KBS를 대표하는 '1박2일'이 11년만에 무기한 제작 중단까지 선언했지만, 네티즌들은 오히려 '1박2일'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1박2일 폐지 청원글까지 등장했다.
네티즌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1박2일'이 지난 2016년에도 몰카 논란을 일으킨 정준영을 다시 방송에 복귀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당시 정준영은 전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촬영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1박2일'에서도 잠정 하차했지만 석연치 않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4개월만에 다시 복귀했다.
'1박2일'은 정준영이 하차 기간에도 끊임없이 정준영의 이름을 애틋하게 언급하고 그리워하며 그에 대한 '안쓰러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1박2일' 멤버를 그리워하며 혼자 쓸쓸히 여행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척'하는 정준영의 구구절절한 영상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그렇게 정준영은 2017년 1월 22일 방송된 '1박2일'을 통해 다시 방송에 복귀했다. 복귀 당시 방송에서 정준영은 "휴식을 취하던 중 쉴 때 멤버들과 연락 많이했냐"는 제작진 질문에 "단체방이 있으니까 서로 연락 많이했다. 연락만 자주해도 저한테는 좋은 거 아니겠냐. 한국 오자마자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주혁이 형도 오고 그랬었다. 두 세번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몰래 준비한 정준영의 깜짝스러운 복귀와 등장에 멤버들은 눈시울까지 붉이며 애틋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정준영은 "그동안 1박2일이 너무 그리웠다. 앞으로 여러분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복귀 소감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복귀 소감은 지켜지지 못했다. 정준영은 복귀 2년만에 다시 대중과 시청자를 실망시켰고 또 다시 하차했다.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 비호해 줬던 '1박2일'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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