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아직은 '장고래'로 통한다. 최근 종영한 KBS2 주말극 '하나뿐인 내편'에서 배우 박성훈이 연기한 캐릭터 이름이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보살피며 살아온 장남으로 효심 가득하고 진중한 장고래 캐릭터는 박성훈이라는 배우에게 '2018 KBS연기대상' 신인상 외에도 많은 것을 가져다 줬다.
"KBS주말극은 기본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시청층이 있잖아요.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가족드라마 특성상 대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시니까 어렵고 내가 괜히 주눅들지 않을까 걱정도 했죠. 하지만 선배님들이 처음부터 워낙 친근감 있게 해주셔서 편하게 촬영했어요."
특히 왕진국 역의 박상원은 반전 캐릭터였다. "사실 박상원 선배님은 근엄하고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많이 하셨잖아요. 실제로 교수님이기도 하시고요. 그런데 정말 장난기 넘치시고 웃음도 많으시고 소년 같은 면이 있으세요. 예능 같은네 나오셔서 반전 매력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처음 캐스팅됐을 때는 본인보다 부모님이 더 기뻐하셨단다.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죠. 이전부터 아버지는 'KBS주말'에는 출연 안하니'라고 물어보셨을 정도였어요. 그만큼 어르신들이 많이 보니까요. 그래서 캐스팅 됐을때 정말 많이 좋아하셨어요. 인기를 저도 체감하지만 부모님도 체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같이 있으면 부모님 휴대폰이 계속 울려요. 어머니는 '진짜 주말드라마하길 잘했다'면서 '다음에 또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신인상을 받을 때 소감을 말하며 부모님을 빼먹었다. "처음 참석해보는 시상식이라 굉장히 떨리고 머리가 하얘진 것 같아요. 심지어 장고래가 효자 캐릭터인데도 소감을 말하면서 부모님 언급을 못했어요.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아차'했는데 이미 늦었죠. 부모님은 정말 괜찮다고 하시는데 살짝 아쉬우셨을 거에요."
사실 배우 생활을 계속하는데 아버지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신이 젊었을 적에 하고 싶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셨는데 그게 두고두고 아쉬우셨나봐요. 한 번은 약주를 거나하게 드시고 저에게 '한 길만 파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이 가슴에 많이 남아서 다른 걸 해볼까 생각하다가도 '끝까지 해보자'라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저는 또 운이 좋아서 일을 별로 쉬지도 않았어요. 지금도 아르바이트 겸하지 않고 이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축복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장고래까지 만나게 됐다. 지금은 본인도 인기를 실감한다.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 식당가면 음료수 서비스라도 더 주세요. 어제는 단골 칼국수 집에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조금만 팔아주시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절대 안주는데 (장고래니까) 준다'면서 내주시더라고요. 세상을 다가진 기분이었죠."
지난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박성훈은 드라마 '흑기사', '리치맨', 영화 '곤지암'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라피를 쌓아왔고 '하나뿐인 내편'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로 전성기를 열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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