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강력한 원투 펀치를 앞세워 정규시즌 개막 2연전을 쓸어담으며 부활 청신호를 켰다.
LG는 23~24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 2연전에서 각각 2대0, 9대3의 완승을 거뒀다. LG는 시즌 개막에 앞서 스포츠조선이 벌인 설문조사에서 5강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각 구단 단장, 감독, 선수 등 설문조사 대상 50명 가운데 LG를 5강 후보로 꼽은 이는 7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즌 첫 두 경기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승리 주역은 외국인 원투펀치다. 개막전에서는 타일러 윌슨이 7이닝 3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상대 에이스 양현종(6이닝 1실점 패전)을 눌렀고, 2차전서는 신규 영입 선수인 케이시 켈리가 6이닝 6안타 3실점(1자책점)의 퀄리티스타트로 KBO리그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특히 지난 4년간 몸담은 헨리 소사를 대신해 데려온 켈리가 첫 경기서 기대 이상의 피칭을 보여준 점이 고무적이다. LG는 향후 원투펀치가 원활하게 돌아가면 여느 팀 부럽지 않은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윌슨은 전날 7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별다른 위기없이 KIA 타자들을 압도해 나갔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3.07로 이 부문 2위에 오르고도 9승에 그쳐 '윌 크라이'라는 애처로운 별명까지 붙었던 윌슨은 이날 필요할 때 2점을 뽑은 타선, 경기 후반 박빙의 리드를 무실점으로 지킨 불펜진의 도움을 받고 감격적인 개막전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류중일 감독에게는 윌슨보다 이날 켈리의 호투가 더 반가웠을 것이다. 기대치만 갖고 지켜본 투수의 데뷔전. 켈리는 6이닝 동안 87개의 공을 던졌다. 1~3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제압하며 분위기를 몰고 갔다. LG 타선이 경기 초반 오지환과 토미 조셉의 홈런 등으로 8점을 내준 덕도 봤다.
직구, 커브, 체인지업, 투심, 커터 등 모든 구종을 무난하게 구사했다. 이날 맞대결을 펼친 KIA 새 투수 제이콥 터너와 달리 안정된 제구와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였지만, 초반 맞혀잡는 피칭으로 여유있게 풀어갔다.
다만 8-0으로 앞선 6회말 수비에서 방심하다 한꺼번에 3점을 허용한 게 아쉬웠다. LG 벤치는 8-3으로 앞선 7회말 켈리를 내린 뒤 불펜을 가동, 승리를 지켰다.
윌슨과 켈리의 시너지 효과는 전지훈련 때부터 시작됐다. KBO리그 1년 선배인 윌슨이 켈리의 한국 야구 적응을 적극 도왔다. 야구적인 것 말고도 인사하는 법, 한국 음식 먹는 법, 서울에서의 생활 등 자신이 소사에게서 받은 것을 그대로 전수해줬다.
류 감독은 두 외인 투수에 대한 기대치를 풀타임 로테이션 등판이라고 했다.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윌슨과 켈리는 각각 최대 30번 등판이 가능하다. 둘 다 첫 단추를 무난하게 뀄다.
경기 후 류중일 LG 감독은 "켈리의 KBO리그 첫 승을 축하한다. 3실점했지만 퀄리티스타트를 하면서 잘 던졌다"면서 "이어 나온 고우석 진해수 정우영도 잘 막아줬다. 타선에서는 오지환과 조셉의 2점홈런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