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를 믿어야죠. 우린 동병상련이니까."
창원 LG 현주엽 감독(44)이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동석한 김종규(28)를 바라 보며 한 말이다.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 승부에서는 이른바 '미치는' 선수가 나와줘야 하는데 '창원 아이돌' 김종규에게 기대를 건 것이다.
그러면서 현 감독은 "종규와 나는 동병상련 비슷한 한이 있어서 간절함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6년차로 아직 성장 중인 김종규와 삼촌 뻘인 현 감독이 공유할 한이 뭐가 있을까. 따지고 보니 그럴 만했다.
현 감독과 김종규 모두 대학 시절 황금기를 보낸 것부터 공통점이다. 현 감독은 고려대의 간판, 농구대잔치 스타로 프로 무대로 이어졌고, 김종규는 '대어'들이 즐비했던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LG에 입단했다. 김종규는 경희대 시절 대학 랭킹 1위의 '빅맨'으로 우승 경험 만큼은 현 감독과 마찬가지로 누릴 만큼 누려봤다.
무엇보다 둘의 각별한 연결고리는 아시안게임이다. 현 감독은 전성기이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20년 만의 금메달 주역이었다. 김종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의 기쁨을 누렸다. 2002년 이후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 현 감독의 대를 이은 것이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둘 모두 챔피언을 한 번도 못해봤다. 절호의 기회를 아쉽게 놓친 점까지 비슷하다. 현 감독은 황혼기이던 2006∼2007시즌 지금의 LG의 소속으로 KTF(현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쓴맛을 봤다. 희대의 '파스코 폭행-퇴출 사건'때문이다. 2패 뒤 치른 부산 원정 3차전에서 퍼비스 파스코가 흥분을 참지 못해 상대 선수와 심판을 폭행하면서 영구 퇴출됐다. 현 감독의 절묘한 어시스트를 받아 앨리웁 덩크슛을 잘도 꽂아댔던 파스코였다. 당시 파스코 대신 투입돼 3차전 승리를 견인한 이가 현 감독이었다. 하지만 파스코의 공백은 컸고, 팀도 초상집 분위기라 더이상 뒤집지는 못했다. 2년 뒤 은퇴한 현 감독에게는 이때가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김종규는 프로 데뷔 첫 시즌(2013∼2014) LG의 정규리그 1위로 '꽃길'을 걸으며 챔프전까지 올랐지만 현대모비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듬해 2014∼2015시즌에도 4강서 현대모비스를 또 만났지만 현 감독과 비슷한 용병 퇴출사건을 맞이했다. 당시 데이본 제퍼슨이 손가락 욕설 등 기행으로 파문을 일으켰고, 구단은 1차전 승리 직후 제퍼슨 퇴출을 발표했다. KBL 유일하게 PO 기간 중 '불명예 용병 퇴출'을 2차례 겪은 팀이 LG였는데 각각 현장에 하필 현 감독과 김종규가 있었던 것이다.
이쯤되면 '아시안게임 금메달 동지회'의 '동병상련'이 맞는 것 같다. 현 감독은 "그렇게 어렵다는 아시안게임 우승은 해봤는데, 프로에서는 우승을 하지 못했으니 이것 참…"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런 만큼 선수 시절 이루지 못한 꿈을 감독으로서 제자들을 통해 완성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이런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김종규는 자신의 다짐대로 잘 미치고 있다.
KT와의 6강 1차전(94대92 승)에서 드러난 일등공신은 김시래였다면 숨은공신은 김종규였다. 24득점-12리바운드-2어시스트-4스틸, 정규리그 평균(11.8득점-7.4리바운드-1.6어시스트)을 훨씬 뛰어넘는 활약이었다. 이날 24득점은 개인 PO 최다 득점(종전 2015년 22득점)이었고, PO 전반 야투 7개 이상 성공률 100%(역대 6호)는 9년 만에 나온 희귀한 기록이었다. 'LG의 운이 더 좋았다'는 LG-KT전에 대한 세평과 힘겹게 연장 승부로 끌고간 흐름을 생각하면 김종규의 초반 활약은 귀중한 밑거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5차전까지 펼쳐지는 6강 레이스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출발이 좋은 LG다. 그만큼 현주엽-김종규의 각별한 '동병상련'에 시선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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