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에이스 이재영(23)이 또 다시 펄펄 날았다. 그가 폭발하자 흥국생명은 접전 끝에 승리했다. '에이스 도우미'만 있다면, 12시즌 만의 통합 우승도 꿈이 아니다.
흥국생명은 지난 23일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충격의 0대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비축했지만, 전체적으로 선수층이 탄탄한 도로공사에 밀렸다. 이재영이 양 팀 합쳐 최다인 21득점을 기록했지만, 외국인 선수 톰시아(13득점)가 부진했다. 또 다른 날개 공격수 김미연은 리시브에서 크게 흔들렸고, 단 1득점에 그쳤다. 이재영 혼자의 힘으로 경기를 풀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25일 3차전에서 귀중한 3대2 승리를 거뒀다. 2~3세트를 내주며 패배 위기에 몰렸지만, 4~5세트에서 에이스 이재영이 폭발했다. 그는 5세트에 혼자 8득점을 쓸어 담았다. 승부처에서 믿을 건 에이스 이재영이었다. 다만 5세트로 가는 길목에서 중요한 동료들의 활약도 있었다. 이날 선발 출전한 '깜짝 카드' 김나희는 8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톰시아가 19득점했고, 김미연도 10득점으로 살아났다. 리시브도 서서히 안정감을 찾았다. 복합적인 요소가 막판 이재영의 대활약에 발판을 놓았다.
"인천으로 가기 싫다"는 흥국생명이 4차전에서 승부를 끝내기 위해선 다시 한 번 이 '그림'이 나와야 한다. 이재영의 '에이스 본능'은 여전하다. 그는 "5세트에서 공을 계속 달라고 했다. 죽을 뻔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김)해란 언니도 '재영아, 너가 해줘야 해'라고 하셨다.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외국인 선수라는 생각을 하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분산 공격이 뒷받침 돼야 승부처로 갈 수 있다. 이재영은 "2차전 때는 공격 루트가 너무 단조로웠다. 오늘은 나희 언니가 들어와서 해줬고, (이)주아도 잘해줬다. 이동 공격을 잘하는 선수들이다. 그게 잘 됐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도 김나희 카드에 미소 지었다. 그는 "이동 공격 능력이 좋으니 공격이 분산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동안 공격 컨디션이 좋았다.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김미연의 활약도 중요하다. 그의 리시브 안정에 따라 승부가 크게 갈렸다. 공격에서도 마찬가지다. 박 감독은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고 버텨주기만 하면 된다고 얘기를 했다. 본인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얘기하고 있다. 시즌 마지막이기 때문에 잘 해야 한다"며 믿음을 보냈다.
도로공사도 만만치 않다. 파튜, 박정아가 공격을 이끌고, 세터 이효희의 경기 운영도 노련하다. 정대영-배유나의 센터 라인도 강점. 체력 약점에도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흥국생명이 반격을 막기 위해선 에이스 이재영의 폭발 뿐 아니라, 조커들의 깜짝 활약도 절실하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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