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사직 롯데전.
삼성 중견수 박해민은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0-1로 뒤진 3회말 1사 1루. 롯데 민병헌이 친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자신의 오른쪽으로 날아왔다.
원바운드 캐치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 했다. 하지만 바운스 된 공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가속도가 붙으며 박해민이 뻗은 글러브를 살짝 외면하고 펜스 쪽으로 굴렀다. 그 사이 1루 주자 신본기가 홈을 밟았다.
의아한 장면이었다. 박해민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중견수. 4년 연속 도루왕 답게 빠른 발과 정확한 타구 판단으로 광활한 수비범위를 자랑한다. 남들이 어렵게 잡는 공을 빠르게 따라가 편안하게 캐치하는 능력자다. 그런 박해민 조차 어찌해 볼 수 없는 광속 타구였다.
워낙 강하게 맞은 타구였지만 그라운드 조건도 한 몫 했다. 사직구장은 오프 시즌 동안 잔디교체 작업을 했다. 내외야 잔디를 싹 바꿔 산뜻하게 새 단장하고 손님을 맞았다. 플레이로 과정에서 움푹 파이는 등 여기저기 손상된 부분들이 싹 사라졌다. 선수들이 플레이 하기가 한결 좋아졌다. 육안으로 봐도 깔끔해졌다. 야구장을 찾는 손님들도 깔끔해진 잔디의 반갑다. 포수 뒤쪽 공간의 잔디는 색깔이 다르다. 그라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잔디를 심었다. 한 여름 무더위에 대비한 시험용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만에 하나 한여름 폭염에 잔디가 타 죽을 경우를 대비해 다른 종류를 심었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 새 단장 후 타구 속도가 빨라졌다. MBC스포츠플러스 박재홍 해설위원은 "잔디를 바꾸고 타구가 빨라졌다. 수비하는 선수들이 이를 감안해서 플레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로 깐 잔디의 문제는 아니다. 시기적인 문제다. 롯데의 구장관리 담당자는 "잔디가 다른 품종으로 바뀐 것은 없다. 다만 시즌에 앞서 평토를 위해 롤링작업을 하는데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타구가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롤링작업은 잔디생육에 영향이 있어 할 수 있는 시기가 한정돼 있다. 한 겨울에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시즌 전에 작업한다. 회복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잔디가 자라면서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기의 문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타 구장들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다. 롤링작업을 하고 난 시즌 초 타구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가뜩이나 봄 가뭄이 겹쳐 그라운드가 딱딱하면 볼 스피드는 더 붙는다.
이제 막 개장한 메이저리그급 구장인 창원NC파크도 처음 가서 플레이 하는 타 팀 선수들은 주의해야 한다. 아직 그라운드 자체가 평탄하지 않다. 불규칙한 타구가 나올 확률이 있다. 새 구장이 완전한 그라운드 조건을 갖추기 까지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다.
창원NC파크에서 개막 2연전을 치른 삼성 김한수 감독은 "아무래도 좀 더 다져져야 한다. 라이온즈 파크도 시간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개막 직후 봄철에는 여러가지 환경적 변수들이 많다. 겨우내 훈련모드에서 본격적 시즌의 실전모드로 전환하는 시기라 몸 자체도 적응이 필요하다. 봄철 그라운드의 시기적 특성을 야수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플레이 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타구 스피드에 당황하다 보면 플레이 과정에 예기치 못한 부상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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