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 그리고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이재영(23)이 마침내 모든 왕관을 품에 넣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15-25,25-23,31-29,25-22)로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6~2017시즌 이후 12년만에 거둔 통합 우승이다.
챔피언결정전 MVP는 주전 레프트 이재영이었다. 이재영은 언론사 투표 결과 29표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하게 됐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4~2015시즌 신인상을 받았던 이재영은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우승 시즌인 2016~2017시즌에 생애 첫 정규리그 MVP를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에 이어 개인 MVP까지 받으면서 데뷔 5년만에 여자배구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흥국생명이 보여준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이재영에 의한 우승'이었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 그만큼 이재영의 기량이 독보적으로 증명되는 시리즈였다. 함께 주포를 맡고있는 베레니카 톰시아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이재영은 홀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3차전에서의 존재감이 특히 돋보였다. 흥국생명은 1차전을 가뿐히 잡고도, 2차전에서 도로공사에 0대3으로 완패했다. 그리고 25일 열렸던 3차전에서 3세트까지 2-1로 끌려가다 어렵게 4세트를 따냈다. 풀세트 접전. 2차전에 이어 3차전까지 내주면 정규리그 우승팀인 흥국생명이 오히려 더욱 불리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었다. 통합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3차전을 잡아야했다. 그때 5세트에서 이재영이 날았다. 이재영은 승부처에서 거의 홀로 공격을 전담하며 무서운 기세로 점수를 만들었고, 그 힘을 앞세운 흥국생명은 가까스로 역전승을 할 수 있었다.
4차전에서도 흥국생명은 이재영이 피로감을 어떻게 떨치느냐가 관건이었다. 반대로 도로공사는 이재영 봉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재영은 4차전에서도 29득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톰시아(30득점)와 함께 무려 59득점을 합작했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정말 잘한다. 이재영을 그동안 쭉 봐왔지만 정말 잘한다는 표현밖에 할 수가 없다"며 알고도 막지 못하는 상대 '에이스'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론 그의 활약 뒤에는 든든한 흥국생명 동료들이 있었다. 톰시아가 함께 '쌍포' 역할을 톡톡히 했고, 김미연과 김세영은 결정적일 때 필요한 점수를 한번씩 만들어주며 힘을 덜 수 있게 했다. 더이상 외롭지 않은 '에이스' 이재영에게는 최고의 시즌 피날레였다.
김천=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