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삼성전이 열린 27일 부산 사직구장. 경기 전 양 벤치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돌았다.
시작은 롯데 양상문 감독이었다. 전날 승리한 삼성전에 대한 복기 과정에서 '빅이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양 감독은 "빅이닝 보다 4이닝 정도 쪼개서 점수를 내는 편이 좋다. 운영하기도 좋고, 상대팀을 압박하는데도 좋다"고 말했다. 전날 롯데는 3회 3득점했지만 6회까지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7회에야 두번째 빅이닝을 만들어 쐐기 4득점으로 승부를 갈랐다. 전날 살짝 불안했던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셈.
하지만 정작 이날 경기는 빅이닝에 실패하며 어렵게 끌려갔다. 삼성 선발 최충연이 초반부터 제구 불안으로 1~3회 꾸준히 기회가 있었지만 빅이닝을 만들지 못했다. 1회 1점, 3회 2점을 내는데 그쳤다. 3회 2득점 후 대량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2사 1,3루에서 신본기가 친 큼직한 중월 2루타성 타구가 삼성 중견수 박해민의 호수비에 막혔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반대였다. "빅이닝이 좋다. 일단 점수를 크게 내놓고 추가 득점하는 그림이 가장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날까지 3경기에서 팀타율 0.144의 극심한 타선 침체로 인한 답답함이 묻어나는 대목.
김한수 감독의 '빅이닝 바람'은 거짓말 처럼 이뤄졌다. 삼성은 0-1로 뒤진 3회초 이학주의 데뷔 첫 역전 투런포와 이어서 터진 김헌곤의 시즌 첫 그랜드슬램으로 단숨에 6득점을 올렸다. 시즌 첫 빅이닝. 지난 3경기에서 올린 삼성의 총 득점 6점을 한 이닝에 뽑아낸 셈이다. 김한수 감독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 처럼 삼성 타선은 이후 매 이닝 추가점을 내며 이상적인 그림을 만들어냈다.
김한수 감독으로선 시즌 첫 '빅이닝' 덕분에 올시즌 들어 처음으로 편안하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던 날이었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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