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을 떠나 마지막 후회를 남기지 않을겁니다."
성지현(28·인천국제공항)은 한국 배드민턴 여자단식 대들보다.
여자단식의 맏언니답게 세계랭킹 10위로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단식의 간판으로 뛸 예정이다. 오는 5월부터 올림픽 출전권을 위한 랭킹 포인트 레이스를 1년간 거쳐야 하지만 그에게 도쿄행 티켓은 '떼논당상'이나 다름없다.
선수 인생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다. 성지현은 내년 올림픽이 끝난 뒤 태극마크를 반납할 계획이다. 그만큼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올림픽에 잇달아 출전했지만 후회만 너무 컸기에 더욱 그렇다.
세계랭킹(당시 5위)은 높았지만 혈기만 왕성하던 21세 처음 도전한 런던올림픽. 시작부터 운이 없었다. 당시 조별리그 예선을 앞두고 천적같았던 입푸이인(홍콩)만 피하면 좋겠다고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조별리그 통과 이후 8강 토너먼트이니 메달 도전을 해볼 만했다. 하지만 입푸이인과 같은 조에 속해 0대2로 패하면서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4년의 준비 끝에 다시 맞이한 리우올림픽. 순항하는가 싶었는데 8강에서 세계 최강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에게 잡혔다. 당시 성지현은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른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방수현(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 이후 올림픽 메달이 없는 여자단식. 성지현은 늘 '메달권의 희망'으로 불렸지만 아쉬움만 곱씹으며 어느새 은퇴를 준비할 시기가 됐다.
"저도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봐요…." 28일 제57회 전국봄철배드민턴리그가 열린 밀양시배드민턴경기장에서 경기를 마친 뒤 주변 어른들이 "무릎이 많이 아프냐?"며 건넨 염려 인사에 대한 성지현의 대답이었다.
반 농담이다. 나이 들었다고 진짜 어디 아프거나 힘든 건 아니다. 내년 올림픽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조차도 사치다. 성지현은 "마지막이라는 생각보다 나의 선수 인생을 걸고 해야 하는, 끝까지 걸어가야 할 길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2년여 전 리우올림픽 때와 비교하면 세월의 무게를 속일 수 없지만 그만큼 경험이 많아져 '얻은 것'도 있다고 했다. 성지현은 "경기를 운영하는 요령이나 마음을 다잡는 측면에서 성숙해진 것 같다. 힘들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마지막 도전, 심리적 부담감이 전혀 없지는 않을 터. 이럴 때 가족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성지현의 부모는 '배드민턴 커플'이다. 아버지 성한국 전 배드민턴대표팀 감독과 어머니 김연자 한국체대 교수가 딸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일까. 성지현은 "부모님이 올림픽 얘기는 전혀 안하신다. 나의 짐을 덜어주려 그러시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대학생 남동생(성충현)의 응원 문자 메시지도 특히 힘이 된다고 했다.
마지막 올림픽은 어떻게 기억되면 좋을까. 성지현은 "이전 올림픽은 준비한 100%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미련이 많았다. 성적을 떠나 내가 연습한 만큼의 실력을 쏟아붓고 돌아설 때 후회가 없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성지현의 1단식 승리로 기분좋게 스타트를 끊은 인천국제공항은 김천시청을 3대2로 꺾고 결승에 올라 삼성전기와 정상을 다투게 됐다.
남자 일반부에서는 상무와 MG새마을금고가 결승에서 만나게 됐다. 한편 여자 대학부 결승서는 인천대가 한국체대의 3연패 도전을 저지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밀양=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봄철배드민턴리그전 경기 결과(28일)
여자 대학부 결승
인천대 3-1 한국체대
남자 일반부 준결승
상무 3-2 김천시청
MG새마을금고 3-2 삼성전기
여자 일반부 준결승
인천국제공항 3-2 김천시청
삼성전기 3-1 MG새마을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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