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강원을 진화시키고 있는 '김병수식' 디테일 축구

by

2019시즌 K리그1에 흥미로운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개막 이전까지 약체로 분류됐던 상주가 3연승을 거두며 서막을 열었다. 그런가 하면, 역시 개막 시점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서울이 4라운드까지 무패를 기록하며 1위로 치고 올라섰다.

여기에 또 한 팀, 강원 역시 '다크호스'의 존재감을 여실히 과시하고 있다. 개막전을 패배로 출발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2승 1무로 선전하며 5위까지 올라섰다. 강원은 지난 3월 31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성남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4라운드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하며 시즌 첫 연승을 거뒀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팀 전력이 점점 탄탄해지는 분위기다. 적장도 인정할 정도다. 이날 패한 성남 남기일 감독은 "강원의 경기 비디오를 많이 봤다. 확실히 첫 경기보다 두 번째 경기에서 좋아졌더라. 또 3라운드 전북전 때는 젊은 선수들이 활약을 했다. 또 오늘보니 선수들이 또 달라져 있었다. 앞으로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례적으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계속 진화해나가는 팀. 강원의 이러한 올 시즌 팀 컬러는 역시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병수 감독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세간에서는 그에 대해 '천재 전술가'라고 평가하지만, 본인은 이런 평가를 썩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또한 실제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도 대단히 획기적이고, 깜짝 놀랄 만큼 창의적인 '천재적 방법'은 아니다. 선수들은 오히려 김 감독의 '디테일'을 언급하고 있다. 평범하지만 선수들이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그리고 범주를 확실히 나누어 전달하는 그만의 스타일이 있다. 이미 강원 선수들은 그의 이런 방식을 깊이 받아들였다.

성남전에서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된 정석화는 말한다. "감독님과 축구하는 게 정말 즐겁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감독님들 중에서 가장 디테일 하게 지도를 하세요. 우리 선수들 모두 놀랍도록 재미있게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의 '디테일한 방식'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전술적인 세부 내용을 떠나 일단 가장 차별화되는 건 선수 개인이 아닌 개별 포지션 전체 구성원에게 각기 다른 임무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석화는 "감독님은 선수 한 명에게 따로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운동장에서 포지션 구성원 전체에게 지시를 합니다. 포워드면 포워드, 미드필더면 미드필더에게 공간을 이용하는 패스나 상대 수비를 수적으로 압도하는 이동 등에 대한 지시를 공유하는 식이죠. 또 성남전을 앞두고서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지시하셨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김 감독은 강원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이제 막 틀이 잡혀가는 단계다. 김 감독은 성남전 승리 후 전술의 완성도에 관해 "아직 100%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잘 되고 있다고 본다"면서 "전체적인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해석하면 강원의 힘이 더 향상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리그 초반에 등장한 강원의 상승 무드가 올 시즌 어떤 결과로 완결될 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