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죠."
김종부 경남 감독의 속내였다. 2일 전북전을 임하는 경남의 분위기는 어수선할 수 밖에 없었다. 경남은 지난달 30일 대구에 극적인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4경기 무승(2무2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승리의 기쁨을 채 즐길 틈도 없었다. 어이없게도 '정치'에 발목이 잡혔다.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세에 나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창원축구센터 안에서 유세활동을 펼친 것. 황 대표와 강기윤 후보는 경기장 내에서 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V자를 그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축구장 내 정치적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 역시 각각 정관 제3조와 5조를 통해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후폭풍은 거셌다. 황 대표의 유세 논란은 스포츠를 넘어 정치적으로 확대됐다. 경남은 곧바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필요하면 한국당에 법적, 도의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한국당에 '공명선거 협조 요청'이라는 행정조치를 내렸다.
연맹 징계에 따라 자칫 승점 10점 이상의 감점을 당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2일 열린 상벌위원회에서 제재금 2000만원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경기 전 만난 김 감독은 "팀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 선수단 모두 걱정을 했다. 승점 10점을 당하면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이어 "될 수 있는데로 선수들에게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전북전에만 집중을 하자고 강조했다"고 했다.
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경기에 그대로 반영됐다. 전반 안정된 수비로 후반에 승부를 걸 계획이었지만, 불운이 겹쳤다. 전반 19분 곽태휘가 자책골을 넣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김효기의 머리를 맞은 볼이 불운하게도 곽태휘의 가슴을 맞고 들어갔다. 35분에는 페널티킥 골까지 내줬다. 후반 6분 손준호의 골까지 내주며 완전히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경남의 저력은 대단했다. 완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꾸역꾸역 일어났다. 후반 35분 김승준의 만회골과 함께 경기는 요동쳤다. 김승준은 상대 실수를 가로채 단독찬스에서 침착하게 골을 기록했다. 40분에는 배기종의 크로스를 조던 머치가 뛰어들며 마무리했다. 기세가 오른 경남은 끝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추가시간 배기종이 발리슛으로 전북의 골망을 갈랐다. 결국 경기는 3대3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정치가 팀을 흔들었지만, 경남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신력이 만든 드라마였다.
창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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