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패. 부담이 쌓인다. 조바심도 커진다.
특히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부담이 더 크다. '내 탓인가'하는 자책도 든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금이야 말로 '급할수록 천천히'를 굳게 새겨야 할 시점이다. 자칫 몸보다 앞 선 마음이 예기치 못한 부상을 부를 수 있다. 조바심은 '적응'을 방해하는 요소다. 시즌은 길다. 조금씩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면 된다.
가장 어두울 때 스며든 한줄기 빛이 가장 밝게 빛나는 법이다.
삼성의 새 피, 동갑내기 김동엽 이학주도 서서히 꿈틀대고 있다. 적응을 마치고 본격적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김동엽은 시즌 초반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극심한 슬럼프. 자신 없는 스윙으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잠시 타석에서 벗어나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29일 대구 두산전은 아예 결장했다. 30일 두산전도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교체로만 출전했다. 3연전 동안 유인구를 참아내며 타격감을 조금씩 끌어올렸다.
그리고 2일 대구 KIA전. 김동엽은 5회 박해민 타석에 대타로 등장했다. KIA 선발 윌랜드의 초구 118㎞ 떨어지는 커브를 잘 맞혀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0-4로 뒤진 7회 1사 1루에서도 김동엽은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삼성 이적 후 첫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윌랜드는 볼카운트 2B1S에서 바깥쪽 살짝 낮은 공으로 유인했다.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이전 같으면 배트가 따라 나올만한 공이었으나 꾹 참았다. 3B1S의 유리한 볼카운트. 골라낸 그 공 하나로 이 타석은 이미 김동엽의 승리였다. 스트라이크를 넣지 않을 수 없는 타이밍에 몰려 들어온 142km 직구를 결대로 밀어 깨끗한 중전안타를 날렸다. 이닝을 마치고 싶었던 윌랜드를 마운드에서 내리는 한방이었다. 앞으로 마수걸이 홈런 하나 터지면 승승장구할 공산이 크다.
시즌 초 불안했던 이학주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 역시 31일 두산전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의외로 실수가 많았던 수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2일 대구전에서는 이학주 특유의 활발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4회 김선빈의 안타성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 멋진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그의 수비는 화려하면서도 안정감이 넘쳤다. 플라이면 플라이, 땅볼이면 땅볼, 척척 처리해냈다. 시즌 초 시행착오를 겪으며 몸이 풀린 느낌. 몸에 살짝 남아있던 긴장감도 털어냈다. 본격적인 메이저급 수비가 이어질 시점이다. 0-4로 뒤진 7회초 수비가 백미였다. 선두 김주찬이 중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어느새 이학주가 2루 베이스 뒤쪽에서 빠른 타구를 막았다. 포구도 포구지만 송구가 기가 막혔다. 180도 돌며 균형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1루에 송구해 발 빠른 김주찬을 아웃시켰다. 날랜 풋워크와 균형감각, 강한 어깨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학주는 나지완의 내야 플라이 때 김상수가 콜을 하자 기민하게 2루를 커버하러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뻔한 플라이아웃이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였다.
아직은 부진했던 타석에서도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다. 5회말, 3B1S의 유리한 카운트를 만든 뒤 141㎞ 직루를 결대로 밀어쳤다.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였지만 좌익수 정면타구. 아웃코스를 밀어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0-4로 뒤진 7회말 무사 1루. 이학주는 2B2S에서 윌랜드의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당겨 강한 타구를 날렸다. 1루수의 호수비로 안타를 도둑 맞았지만 잘 맞힌 안타성 타구였다.
새로운 팀과 새로운 리그, 환경 변화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가뜩이나 너무 많은 기대 속에 출발한 김동엽과 이학주. 짧은 시범경기 탓에 시즌 첫 주를 적응하는데 고스란히 바쳐야 했다.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는 동갑내기 두 선수, 시즌 초 고전하고 있는 팀에 본격적인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