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표정은 밝았다.
에이스를 상대로 올 시즌 쾌조의 2연승. 소속팀 LA 다저스의 디비전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전을 승리로 이끈 쾌투라 기쁨이 두배다. 경기 후 만난 그는 특유의 여유 있는 모습으로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상대투수 범가너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며 유일하게 실점한 류현진은 "투수에게도 볼넷 주느니 홈런 맞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타자' 류현진은 범가너에게 3회 볼넷을 얻어 출루하며 대거 5득점의 물꼬를 튼 바 있다.
다저스는 3일(한국시각)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이언츠와의 3연전 2번째 경기에서 6대5로 승리했다. 선발 류현진은 7이닝 6안타 무4사구 5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개막전에 이어 2연승을 달렸다. 지난해 정규시즌(포스트시즌 제외) 막판 3연승에 이은 5연승 행진.
다저스는 9회초까지 6-2로 앞서며 손쉽게 승리하는 듯 했다. 그러나 9회 초에 꼬였다. 가르시아와 켄리 젠슨 등 불펜진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3실점, 1점 차로 쫓겼다. 1사 1, 3루 동점 위기. 류현진의 2승째가 무산될 뻔 했다. 하지만 잰슨이 대타 파블로 산도발을 병살 유도하며 진땀승을 지켰다.
다음은 경기 후 류현진과 가진 일문일답.
-홈에서 47이닝 연속 볼넷이 없는데.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홈런보다 싫은 게 볼넷이었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다 보니까 볼넷이 안 나오는 것 같다. 홈런을 맞는 것보다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는 게 더 좋지 않다.
-체인지업이 정말 효과적이었는데.
▶가장 자신 있는 공이 체인지업이다. 체인지업 제구에는 항상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오늘 모든 공이 다 좋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공이 많았다.
-투수 범가너에게 홈런을 맞았는데.
▶살짝 실투였다. 범가너 선수가 놓치지 않고 잘 쳤다. 오늘 실투가 많지는 않았는데, 한두 개 중 하나가 홈런이 됐다. 경기의 일부분이다. 물론 이런 실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타선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신뢰가 커졌을 것 같은데.
▶첫 경기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초반에 많은 타점을 올려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나도 우리 팀이 수비를 길게 안 하게 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초반에 점수가 나오면 경기가 빠르게 진행돼서 투수 입장에서는 편하게 갈 수 있다.
-2017년, 2018년을 거치면서 체인지업과 포심의 구질이 크게 좋아진 것 같은데.
▶처음 미국에 왔을 때부터 체인지업이나 포심은 내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공이었다. 수술 이후에 제구가 조금 안 됐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다시 제구력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모든 구종을 효율적으로 던질 수 있게 됐다.
-그립을 바꾸는 등 메커니즘에 변화를 준 게 아니라 (좋을 때의)느낌이 다시 돌아온 건가.
▶그렇다.
-9회에 승리 투수가 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생각했나? 1아웃에 주자 1,3루였는데.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했다. 충분히 병살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삼진도 나올 수 있다고 봤다.
-볼넷이 홈런보다 기분 나쁘다고 했다. 투수에게 홈런 맞은 것보다 볼넷이 더 기분 나쁜가.
▶홈런은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수를 상대하더라도 볼넷 주는 것보다는 홈런 맞는 게 낫다. 당연히 맞지 않는 게 좋겠지만, 볼넷으로 그냥 내보내는 것보다는 낫다. 누구를 상대해도 볼넷은 좋지 않다.
-범가너는 워낙 타격이 좋은 투수다. 앞서 범가너를 삼진으로 잡을 때도 사인을 주고받고, 변화구도 섞어가며 의식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투수 중에 가장 잘 치는 선수다. 홈런도 잘 치는 투수다. 타자? 투수?(웃음) 항상 우리 선발 투수들도 범가너는 투수라고 생각 하지 않고 분석한다. 타자라고 생각하면서 준비해야 하는 선수다.
-홈런 맞은 후 고비가 있었다. 러셀 마틴의 리드가 주효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때가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잘 넘기면서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었다. 주자가 나갔을 때는 최대한 장타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정규시즌 5연승인데.
▶전혀 몰랐다. 그런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항상 팀이 이기는 방향으로 생각을 해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
-다음 경기는 원정이다. 상대 타선을 세 번째 만날 때 위기가 한번씩 오는 것 같은데.
▶오늘은 잘 넘기지 않았나(웃음). 상대 타선을 세 바퀴째 돌 때는 조금 더 집중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LA=한만성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