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졌다. 0-3으로 뒤진 삼성의 8회초 반격.
안타와 볼넷 2개로 만든 2사 만루에서 삼성 벤치가 대타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동엽이었다. 지난해까지 이 구장을 홈으로 쓰며 3년간 55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거포.
김동엽은 시즌 초 깊은 타격 슬럼프에 빠져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1타수4안타(0.129). 이적 후 홈런은 아직 없다. 이날 경기 전 김한수 감독은 김동엽의 선발 출전 여부를 놓고 고민했다. 하지만 전날 수비 도중 손톱을 다친 이원석이 수비하기 어렵다는 보고를 받고서야 이원석을 김동엽 대신 지명타자로 배치했다.
시즌 첫 인천 원정. 김동엽을 응원하는 이리부 인천 팬들은 호도과자를 선물하며 여전한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김동엽은 절체절명의 순간, 인천 팬들 앞에 섰다. 타석에 들어서며 모자를 벗고 친정 팬들에게 예의를 갖췄다.
상대 투수는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이날 1군에 복귀한 SK 불펜의 핵 정영일. 김동엽은 초집중 모드로 볼카운트 싸움을 펼쳤다. 풀카운트 승부. 정영일과 이재원 배터리는 3연속 체인지업으로 김동엽의 몸쪽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김동엽도 호락호락 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공 3개 모두 파울을 내며 긴장모드를 이어갔다. 잇달아 체인지업을 보여준 정영일은 10구째 패턴을 바꿔 144㎞ 직구를 벼락같이 포수 미트에 꽃았다. 낮다고 판단한 김동엽의 배트가 꿈쩍도 하지 않는 순간, 주심 콜이 울렸다. 스트라이크 아웃.
김동엽이 인천 홈팬들 앞에 첫 선을 보였던 바로 순간은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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