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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과 아시아축구연맹(AFC) 부회장 연임에 도전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7)이 둘다 낙선하고 빈손으로 귀국했다. 지난 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AFC 총회에서 열린 이번 선거에 앞서 축구협회 내부 분위기는 지난 2년 동안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축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안심은 못하지만 연임 가능성이 높은 쪽이었다. 그런데 선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밖 정반대였다. 정 회장은 FIFA와 AFC에서 목소리를 낼 직함을 상실했다. 대한축구협회장 자격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일만 남았다. 이번 선거 결과로 다음 선거 때까지 향후 4년간 우리나라는 세계 축구 무대에서 외교를 펼칠 입지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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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에 앞서 한국 축구의 외교를 이끌었던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은 아시아를 넘어 FIFA에서도 세계적인 축구 거물들과 파워 게임을 펼쳤다. 정몽준 전 회장은 FIFA의 부정부패와 끝까지 싸웠고, 지금은 뒤로 물러나 있다. 그로부터 사실상 바통을 이어받은 정몽규 회장은 2016년 9월 AFC 부회장, 2017년 5월 FIFA 평의회 위원이 됐다. 순조롭게 세계 축구계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넓혀간 그에게 이번에 급제동이 걸렸다. 다시 원점에서 새출발해야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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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안팎에선 "이번 AFC 선거는 카타르와 '반 카타르'의 대결이었다. 정 회장이 아시아 축구 정치 싸움에서 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를 전한 외신에서도 이런 세 대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AFC의 헤게모니를 쥔 쪽은 중동이고, 그 가운데에 카타르가 있다는게 정설이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FIFA 인판티노 회장도 2022년 카타르월드컵 성공 개최가 매우 중요하다. 그는 당장 카타르월드컵부터 본선 출전국을 48개국으로 늘리고 싶어한다. 그런데 중동은 축구 이상으로 정치적으로 복잡하다. 카타르 반대 세력이 존재한다. 정치적으로 단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UAE(아랍에미리트) 등이 카타르를 지지하지 않는다. 카타르월드컵 보이콧 뿐 아니라 48개국으로 참가국이 늘어날 경우 중동 주변국 공동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FIFA와 카타르 입장에선 '반 카타르' 국가들의 목소리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한 축구인은 "정 회장은 올바른 길로 아시아축구가 발전하기 위해 뛰었다. 하지만 아시아 축구의 주류에선 정 회장과 일하는 스타일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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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이어진 AFC 부회장 선거에서도 졌다. 중국 두 자오카이가 빠지고 몽골축구협회장(암갈란바타르, 28표)과의 표 대결에서 정 회장은 18표(평의회 위원 선거 때와 똑같은 득표수)를 획득, 10표차로 완패했다. 일각에선 "정 회장의 생각은 알겠지만, 아시아 축구 대세를 따라가지 않아 생길 수 있는 우리나라 축구의 불이익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