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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종목을 담당했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언호 박사는 "지도자가 선수의 24시간을 모두 지배하는 훈련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쇼트트랙 스타' 심석희 역시 하루종일 조재범 전 코치가 컨트롤 하는 구조였다. 김 박사는 "일부 지도자의 경우, 감독의 권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 말만 들어'라고 선수를 통제한다. 심리, 스포츠과학 등 전문가들과의 통로도 일체 끊어버린다. 금메달 등 성과를 독점하고자 한다. 훈련뿐 아니라 심리, 개인생활까지 장악하게 된다. 훈련 외의 시간에도 친구, 전문가 누구와도 자유롭게 만날 수 없다. 눈치를 보게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현장 지도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감독 위에 또 다른 감독이 있다. 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임원 등 구조적인 시스템 속에 어쩔 수 없이 선수를 압박하고 통제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박사는 "그럼에도 훈련장, 경기장에서 선수와 부딪치는 사람은 감독"이라고 했다. "감독, 코치가 위의 눈치를 봐서는 안된다. 의식 있는 지도자, 깨어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지도자의 열린 마인드를 강조했다. "지도자가 모든 부문에서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도 있겠지만 바깥세상은 빠르게 움직인다. 감독은 매니저다. 선수들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코칭아카데미와 같은 교육 시스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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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다. 진천의 뜻 있는 일부 지도자들은 이미 스스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의 성폭력 의혹 사건' 이후 진천의 지도자들은 스스로 선수촌 권익위원회를 만들었다. 유상주 국가대표 펜싱 코치(사브르)를 위원장으로 각 종목 추천을 받은 지도자,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7명의 위원을 선임하고, 챔피언하우스에 모여 '끝장토론'을 통해 선수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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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촌 지도자들의 자발적 변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변화를 이끌기 위한 환경의 개선이다.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에 위치한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은 고립돼 있다. 선수촌 주변엔 변변한 편의시설조차 찾아볼 수 없다. 태릉선수촌 시절엔 가족, 친구들이 찾아오면 함께 밥 먹고 담소를 나누며 숨통을 틔울 시간과 공간이 있었다. 진천선수촌에서는 오직 '운동하고, 먹고, 자고, 치료하는' 4가지 시간만이 존재한다. 지도자는 24시간 선수만 바라본다. 해가 지면 선수촌 주위엔 적막감이 감돈다. 촌내에 그 흔한 편의점도, 카페도 없다. 주 52시간,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은 남의 이야기다. 열악한 환경속에 성적만을 강요받는 삶, 선수 인권 못지 않게 지도자의 인권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저녁시간을 활용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없다. 일본 국가대표의 아지노모토선수촌에선 코칭아카데미, 엘리트아카데미가 활발하게 운영중이다. 영국 런던의 비샴EIS에서도 선수들은 스포츠 과학과 훈련의 원활한 연계속에 일상을 즐기며 자유롭고 행복하게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홈페이지엔 '부활절 이벤트'가 한창이다. 우리는 '운동기계'를 만들지 말자면서 세상과 한참 동떨어진 외딴 곳에 초대형 선수촌을 지었고, 막상 선수촌의 콘텐츠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정책과 인프라가 따로 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