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잊었다. 특히나 승리가 반복될수록, 이강인에 대한 얕은 기억은 더 흐려져가는 듯 하다. 기껏해야 교체 명단에나 이름을 적어 줄 뿐이다.
발렌시아는 12일(한국시각) 스페인 비야레알 에스타디오 데 라 세라미카에서 같은 리그의 비야 레알과 유로파 리그 8강 1차전에 3대1로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곤살로 게데스가 2골을 넣었고, 다니엘 바스도 골맛을 보며 원정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발렌시아는 4강 진출에 유리한 입장이 됐다.
발렌시아는 전반 5분만에 첫 골을 넣었다. 게데스가 상대 골지역 안을 휘젓다가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런데 키커로 나선 다니엘 파레호가 찬 공을 상대 키퍼가 막아냈다. 하지만 곧바로 골문으로 쇄도한 게데스가 이를 골로 연결했다.
이어 비야 레알이 전반 34분에 역시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전반은 이대로 끝났다. 이어진 후반에도 막판까지 골이 터지지 않았다. 정체된 흐름이 이어졌다. 이강인이 나설 만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강인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공교롭게 발렌시아는 종료 직전 연속골을 넣었다. 후반 45분에 호세 가야의 크로스를 바스가 왼발 논스톱슛으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어 추가시간에는 게데스가 역습을 골로 연결해 3-1을 만들었다. 발렌시아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 '극장골'이 연이어 터지며 깔끔한 승리를 거둔 것.
그러나 발렌시아의 영광 뒤에는 여전히 '지워진 이강인'이 있었다. 이강인은 이날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출전 기회를 노렸으나 여전히 부름을 받지 못했다. 벌써 11경기 연속 결장이다. 이강인이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에서 뛴 건 지난 2월22일 셀틱과의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이었다. 이후 11경기나 벤치만 지켰다.
마지막 출전 경기가 유로파리그였기 때문에 이날 비야 레알전도 출전이 기대됐다. 하지만 경기의 중요성 때문인지 이강인은 결국 그라운드에 나오지 못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와 1군 계약을 맺은 이후 오히려 기회를 더 잃어가고 있다. 때문에 기량 정체가 우려된다. 현지 언론 등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이강인이 임대 형식으로 팀을 떠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부 리그 승격이 유력시되는 오사수나나 그라나다가 이강인의 새 기회의 무대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