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칠까봐 조마조마해요."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타자 덕을 제대로 보지 못한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올해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새롭게 대려온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가 시즌 초부터 맹타를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는 쿠바 출신의 내야수로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더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 두산에 입단하게 됐다. 지난해 LA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36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116타수 31안타), 2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트리플A에서는 91경기에서 17홈런을 터뜨렸을 정도로 장타력을 인정받았다. 두산과의 계약조건은 계약금 5만달러, 연봉 30만달러, 인센티브 35만달러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1할6푼7리를 치며 걱정을 샀던 페르난데스는 시즌 시작과 함께 존재감을 드러냈다. 3월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린 페르난데스는 이후 찬스에서 높은 타점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11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올시즌 16경기에서 타율 3할7푼3리(59타수 22안타) 2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983에 이른다.
10개 구단 10명의 외인 타자 가운데 타율과 타점 1위다. 주자가 있을 때 4할2푼9리, 득점권에서는 5할의 타율을 때렸다. 보장 몸값만 100만달러가 넘는 다른 팀 외인타자들과 비교하면 영양가 만점의 활약이다. 김태형 감독이 만족하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12일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아주 흐뭇하다. 잘 해주고 있다"며 "오재일이 (2군으로)내려가서 (페르난데스가)1루수를 보고 있는데 혹시 다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주전 1루수인 오재일은 타율 1할1푼1리(45타수 5안타)의 부진을 보여 지난 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페르난데스는 이날도 5번 1루수로 선발출전했다.
지난해 두산 외인 타자는 지미 파레디스로 시작해 스캇 반슬라이크로 교체했다. 두 선수의 합계 성적은 타율 1할3푼5리, 2홈런, 8타점이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