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팀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올 시즌 내내 우승 레이스를 펼치는 리버풀과 맨시티 선수단 내부를 들여다보면 소위 '인생 컨디션'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사디오 마네, 버질 반 다이크, 조던 헨더슨, 앤드류 로버트슨(이상 리버풀) 라힘 스털링, 베르나르두 실바, 세르히오 아구에로, 아이메릭 라포르테(이상 맨시티)…. 너무도 많다.
그중 얼마 남지 않은 시즌 우승 경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선수를 한 명씩 꼽자면, 여전한 '월드클래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돌아온 '월드클래스' 케빈 더 브라위너(맨시티)가 아닐까 한다. 각기 다른 이유로 지난시즌 퍼포먼스를 재현하지 못하던 두 선수는 14일 벌어진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를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 현재 한 경기를 더 치른 리버풀이 승점 85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맨시티가 승점 83점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김덕배'의 볼이 다시 빨개지기 시작했다
해외축구팬 사이에서 이니셜 'KDB'를 따 '볼 빨간 김덕배'로 불리는 더 브라위너는 크리스털팰리스전 전반 14분 '대지를 가르는' 패스로 라힘 스털링의 선제골을 도왔다. 숟가락으로 떠먹여 줬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패스의 정확도, 세기, 타이밍이 모두 완벽에 가까웠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다른 선수들이 하지 못하는 패스"라고 말했다. 이 골을 시작으로 3골을 몰아친 맨시티는 결국 3대1 승리를 따냈다.
놀랍게도 스털링을 향한 공은 올 시즌 더 브라위너가 기록한 리그 두 번째 어시스트였다. 지난시즌 유럽 5대리그를 통틀어 가장 많은 16개 리그 도움을 기록하며 맨시티에 리그 우승을 안겼던 더 브라위너는 올시즌 부상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가능한 2046분 중 924분만을 뛸 정도로 기여도가 낮았다.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던 그는 팀이 스털링 외에 우승 동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보란 듯 맹활약했다.
과거 토트넘, 풀럼 등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출신 대니 머피는 "팰리스전에서 드러난 사실은, 더 브라위너가 최상의 컨디션과 폼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최상의 상태일 때 그를 막기 어렵다"며 "경기를 10분 남겨두고 0-0인 상황에서 패스, 크로스, 스루볼, 장거리 슈팅 등으로 차이를 만들어 낼 선수다. 남은 시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더 브라위너가 뛸 때 맨시티는 더 뛰어난 팀이 된다"고 BBC를 통해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10일 토트넘 홋스퍼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더 브라위너를 벤치에 앉혀두고 후반 44분에야 투입했다. 이날 0대1로 패한 뒤, 더 브라위너를 제외하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소극적' 전술로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전술적 이유였다고 반박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3~4경기에서 더 브라위너는 믿을 수 없는 활약을 펼쳤다. 우리가 그리워했던 모습"이라며 남은 리그 5경기에서도 이 같은 활약을 펼쳐주길 기대했다.
부진한 살라? 요가맨은 건재하다
같은 날 안필드에선 살라가 빛났다. 골문 구석을 찌르는 페널티 박스 외곽 슈팅으로 첼시전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33라운드 사우샘프턴전 결승골에 이어 또 한 번 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살라는 지난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44골(리그 32골)을 터뜨렸다. 아직 시즌 중이지만, 올 시즌 현시점에서 득점은 그 절반인 22골(리그 19골)에 그친다. 하지만 19골도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다. 이날 득점을 통해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시티)와 득점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머피는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리그 득점 공동선두이지 않나. 득점왕 가능성이 높다는 게 팩트다. 내가 본 살라는 여전히 날카롭다"라고 했다.
살라는 이날 득점을 하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듯 요가 세리머니를 했다. "요가맨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살라가 '살라' 하면 리버풀은 요가를 하는 것처럼 차분하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 파트너 사디오 마네가 커리어 하이인 21골을 넣는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위르겐 클롭 감독 체제에서 에이스는 살라다. 살라가 측면에서 수비수들을 뒤흔들어주면서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또 이날과 같이 결정적인 득점을 하면 팀은 역사상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그만큼 올라갈 수밖에 없다. 머피는 "살라는 빅게임 플레이어다. 남은 시즌 리그와 유럽 무대에서 귀중한 골을 터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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