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위기는 선수들이 부상했을 때였다."
'최다 우승 사령탑'에 오른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이 아찔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막 전, 현대모비스는 막강한 우승후보였다. '베테랑' 양동근과 함지훈이 건재했고, 이대성과 이종현은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우승청부사' 라건아가 돌아왔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양동근 이대성 이종현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유 감독의 속은 타 들어갔다. 하지만 유 감독 만큼이나 선수들도 답답했다.
'캡틴' 양동근은 "감독님을 찾아가 '못하겠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1981년생, 양동근은 현대모비스의 심장이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전과 똑같은 기량을 선보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양동근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가 지금도 10년 전처럼 뛴다면 그건 반칙"이라고 말할 정도.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높았다. 그에 부응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양동근은 "다쳤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복귀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하는 마음이 컸다. 아들은 본인이 프로에 올 때까지 선수로 뛰라고 하는데 그건 무리일 것 같다. 현실적으로 미래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혼자 끙끙 앓던 양동근. 그는 유 감독을 찾아가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유 감독은 양동근에게 시간을 줬다. 양동근은 잠시 휴식기를 갖고 코트에 돌아왔다. 복귀한 양동근은 펄펄 날았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팀의 중심을 잡으며 또 하나의 별을 땄다. 양동근은 "코트 밖에서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도 있다. 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대성도 유 감독을 찾아가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감독님을 미워하기도 했다. 감독님도 내가 기대만큼 많이 성장하지 못해 실망하셨을 것이다. 솔직히 원망하고 많이 미워했다. 시즌 초에 감독님께 가서 이런 내 속마음을 솔직히 말씀 드렸다. 그렇게 하고 난 뒤 감독님께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힘들었던 시간. 하지만 유 감독과 함께 이를 악물고 버틴 시간은 달콤한 결실로 돌아왔다.
지난 21일, 현대모비스는 울산동천체육관에서 펼쳐진 인천 전자랜드와의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결정(7전4승제) 5차전에서 92대84로 승리했다. 이로써 현대모비스는 시리즈전적 4승1패를 기록, 7번째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KBL에 새로운 역사가 작성됐다. 현대모비스는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7회), 최다 통합우승(5회) 타이틀을 얻었다. 유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 사령탑(6회)에 올랐다. '캡틴' 양동근은 챔피언 반지를 가장 많이 낀(6회) 선수가 됐다.
양동근은 "선수로서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대성 역시 "감독님 믿으니까 좋은 결과가 오는 것 같다. 더 믿고 해야할 것 같다. 감독님은 감사한 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울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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