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한 건 아니었는데..."
30일 부산 사직구장. NC 다이노스전에서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아내면서 팀의 6대1 승리를 지키고 마운드를 내려온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은 끝내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이틀 전 자신의 공으로 큰 부상을 한 상대 선수에 대한 미안함, 그로 인해 벌어진 양 팀의 신경전과 논란으로 인한 마음고생을 모두 담고 있었다.
지난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8회말 등판한 구승민은 두산 정수빈에게 148㎞ 짜리 직구를 뿌렸다. 하지만 공은 S존을 한참 벗어난 정수빈의 등을 직격했고, 정수빈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지만, 아끼는 제자의 부상에 좀처럼 흥분을 다스리지 못했다. 사과하러 나선 롯데 코치진, 구승민에게 험담이 쏟아졌다. 곧 롯데 양상문 감독이 거칠게 항의하고 양팀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감독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착잡한 표정으로 마운드 위에 서있던 구승민은 사태가 진정된 뒤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구승민은 경기 후 병원으로 실려간 정수빈과 연락을 취했고, 진심을 담은 사과를 건넸다. 정수빈도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어른스럽게 화답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구승민이 의도적으로 정수빈을 맞추기 위해 '빈볼'을 던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수빈의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구승민을 향한 비난은 더 커졌다. 양 감독은 "1%도 (사실이) 아닌 오해"라며 "구승민이 실점을 하기 않기 위해 열심히 던지려다가 실수를 한 것 뿐이다. 본인 뿐만 아니라 나도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하늘에 맹세한다"고 강조했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구승민은 NC전을 마친 뒤 "공 1개로 이틀 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오늘 공교롭게 첫 타석에 왼손 타자를 만났다. (정수빈에게) 미안한 감정과 별개로 계속 의식하면 나나 팀이나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어 평소대로 준비했다. 마운드에 올라 좌타자를 만났을 땐 부담감이 있었지만, 잘 풀어 나간게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나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학창 시절 타자를 하면서 사구를 맞아본 적도 있어 고통이 얼마나 클 지 알고 있다"며 "정수빈에겐 정말 미안한 마음 뿐이다. 하루 빨리 낫고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승민은 "(정)수빈이가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말해줘 너무 고마웠다. 감독님, 코치님 모두 일부러 맞추려 한 것 아니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했다"면서 "일부러 한게 아니였는데..."라고 말한 뒤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세게만 던지는게 아니라 좀 더 정교하게 제구를 가다듬을 수 있도록 마음을 바꿔 먹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군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낸 구승민은 올 시즌 불펜에서 전천후로 활약 중이다. 구승민은 "내 공만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이나 결과를 보면서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상대에게 그만큼 분석이 된 것 같다"며 "감독, 코치, 포수, 선배들과 소통하며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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