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가볍지 않은 제재금 200만원, 어떻게 봐야할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일어난 벤치 클리어링과 관련한 징계를 내렸다. 김태형 감독은 정수빈이 사구를 맞은 이후 그라운드에 나와 항의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제재금 2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상대팀인 롯데 양상문 감독도 항의로 맞섰고, 상벌위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상대 투수인 구승민에게 욕설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상대 코치에게 폭언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상벌위는 선수에게 폭언을 했다는 부분이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비신사적인 행위로 경기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경기 운영을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이같은 결정을 했다.
제재금 200만원은 쉽게 보기만은 힘든 징계다. 벌칙 내규 7조에 따르면 폭언이나 폭행, 빈볼, 판정 항의 등으로 구장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제재금 300만원 이하, 출장정지 30경기 이하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최근 이와 비슷한 사례도 있었다. 2014년 당시 한화 이글스 김응용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욕설을 해서 제재금 200만원 처분을 받았고, 2015년 당시 한화 김성근 감독은 이동걸의 빈볼 논란으로 선수단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제재금 300만원을 부과받았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징계는 2012년 당시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현 KIA 감독)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투수를 대타로 내는 등 경기를 포기하는 듯한 운영을 했고, 상벌위는 스포츠 정신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제재금 500만원 징계를 결정했다. 과거 사례들을 봐도, 특히 이번 징계 대상에 함께 올랐던 양상문 감독은 엄중 경고를 받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김태형 감독에 대한 징계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어찌됐든 욕설을 해서는 안되는 거였다"며 폭언에 대해 야구팬들에게 사과했다. 두산 구단도 같은 생각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감독이 심판에게 먼저 항의를 한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폭언을 했다는 자체가 옳지 못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징계에 대해서도 충분히 수긍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상황이 발생한 당시 구승민의 직구를 등에 맞은 정수빈은 폐에 피가 차고, 갈비뼈 골절상을 입는 큰 부상을 당했다. 이날 정수빈에 앞서 정병곤도 몸에 맞는 볼을 맞았고, 고의성을 의심할 수도 있는 와중에 심판진은 롯데측에 어떤 주의도 주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의 폭언 논란에 이런 모든 상황이 묻혔다는 안타까움도 크다.
대전=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