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꽃'으로 불리는 완봉과 완투,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선발-불펜의 철저한 분업화가 당연시 되는 시대다. 소위 1+1으로 대변되는 오프너 전략 뿐만 아니라 두 명의 투수가 마무리 임무를 분담하는 더블 스토퍼 등 전통적인 선발-마무리 투수의 경계마저 모호해지고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불펜을 활용해 더 철저하게 상대 타자를 틀어막아야 이길 수 있는 '승리 방정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3할대 승률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최대 고민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허리에 있다. 6일까지 롯데 선발진은 총 12차례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중 롯데가 승리를 거둔 것은 절반에 못미치는 5번에 불과하다.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14차례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 투수들이 마운드를 잘 지켰지만, 잇단 불펜 방화로 승리 기회를 스스로 날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만난 롯데 양상문 감독은 불펜 부진에 대해 묻자 한숨을 쉬었다. 그는 "미들맨들이 2~3이닝을 막아줘야 할 시점에서 그래주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NC에 4-0으로 앞서다 9대5 역전패를 당하는 과정에서 불펜 투수들이 무너진 부분을 빗댄 것. 양 감독은 "최근 흐름이 좋지 않을 때 패턴이 그대로 반복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공을 가진 투수들이 제 실력을 보여주질 못하고 있다"며 "자신의 실력을 훌쩍 뛰어넘기보다, 완연한 상승곡선을 그려주길 바라고 있는데 그게 안되고 있다"고 했다. 롯데는 이날도 불펜이 버텨주질 못하면서 연장 패배를 당했다.
꼬일대로 꼬인 실타래는 과연 풀릴까. 2군에 머물고 있는 서준원, 윤성빈에 박진형까지 돌아온다면 불펜 운영에 어느 정도 숨통은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펜 자체의 자신감 회복 없이는 활약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이 과감하게 공을 던지고 카운트싸움에 나서는 '싸움닭'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야수들이 공수에서 도움을 주기 이전에 투수 스스로 마운드에서 위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2군에 머물고 있는 베테랑 송승준을 비롯해 고효준, 윤길현 등 고참급 투수들이 구위 추가 등 가능한 부분에서 도움을 주는 모습도 요구된다. 투수들 역시 지난해 후반기 투구폼 수정으로 반전을 이뤘던 레일리나, 변화구 추가로 재미를 봤던 손승락의 예를 참고해 볼 만하다.
롯데와 양상문 감독은 '내부 육성'을 기조로 삼고 올 시즌 그림을 그렸다. 핵심은 마운드였다. 하지만 부진이 고착화되면서 반등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방향은 바뀔 수도 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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