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불과 열흘 전이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16일 올시즌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KT 위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한데 애써 쓰린 속을 감추며 레이스를 이끌던 김기태 감독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인터뷰실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자리에서 뜻밖의 입장을 나타냈다. 성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것이었다. 이틀 전 구단 고위층에 보고가 됐고, 전날 밤 최종 결론이 난 상황이었다.
KIA는 곧바로 박흥식 2군 감독에게 1군 감독 대행을 맡긴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의 사퇴 배경을 조목조목 따질 상황은 아니었다. 하루빨리 분위기를 바꿔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을 회복하는 것이 박 대행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박 대행은 당시 "(2017년)우승 이후 안일함이 컸다. 패배의식부터 걷어내야 한다. 베테랑들이 각성할 필요가 있다"며 선수단의 정신 무장을 강력히 주문했다. 4월 중순부터 9연패, 4연패, 6연패가 이어지던 터였다.
팀이 부진할 때 사령탑 교체 만큼 선수단에 정신적 쇄신을 가져다 주는 방법도 사실 없다. KIA는 박 대행 체제에서 전혀 딴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팀 워크와 투타 밸런스 등 조직력이 비로소 '팀'다워졌다.
KIA는 26일 광주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 3연전 마지막 날 흠잡을데 없는 경기력을 과시하며 17대5의 완승을 거뒀다. 최근 7연승 행진. KIA의 7연승은 2017년 6월 27일~7월 4일 이후 약 2년 만이다. 박 대행 체제에서는 8승1패. 최하위에서 벗어나 중위권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 전 박 대행은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어린 선수들의 노력이 눈에 보인다"고 했다. 타선의 집중력이 향상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는 타선에 거포 2명 정도면 충분하다. 홈런을 치면 좋겠지만, 안타를 집중시키고 한 베이스라도 더 가는 플레이가 필요하다"며 팀 플레이를 강조했다.
KIA는 1회말 선두 최원준과 박찬호의 발로 선취점을 뽑아내며 기선을 잡았다.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한 최원준은 박찬호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박찬호 역시 2루 도루 후 안치홍의 우측 2루타 때 득점을 올렸다. 테이블 세터의 정확한 배팅과 기동력이 돋보였다. 1회 3점을 선취한 KIA는 2회에도 1사후 이창진의 볼넷, 최원준의 우중간 2루타로 만든 2,3루 기회에서 박찬호의 우전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해 5-0으로 달아났다. 승부는 사실상 초반에 갈렸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컸다.
외국인 투수 조 윌랜드 역시 6이닝 동안 7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탄력을 받았다. 최근 집중타를 얻어맞은 원인이 투구폼을 간파당한 때문으로 결론이 났고, 영상을 보면서 이를 보완하는데 애를 썼다. 윌랜드는 완벽한 제구로 시즌 5번째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며 4승째를 따냈다.
투타의 동반 상승. 7연승을 달리는 동안 KIA는 팀 타율 3할5푼9리, 경기당 평균 8.29점을 올렸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 역시 2.95로 마운드 안정화를 이루는데도 성공했다. 감독 교체를 통해 선수단 안팎의 여러 논란과 갈등을 단 번에 날린 KIA는 한 달 만에 승률 4할대(0.404)를 회복했다. 이번 KT와의 주말 3연전서 KIA는 4만136명의 팬들을 끌어모았다.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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