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LG 트윈스에 2대11로 패했다. 25일 5대6 역전패에 이은 2연패.
경기 후 사직구장 중앙 출입구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많은 팬들이 퇴근하는 선수들을 지켜보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하루 전, 역전패 때와 비교해도 온도차는 제법 컸다. 납득할 수 없는 경기력에 대한 팬들의 실망감은 출입구 앞의 고요함에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시민들과 가장 가까이 호흡하는 택시 기사들 역시 싸늘해진 롯데 팬심을 실감한 눈치다. 26일 부산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요즘 롯데 경기를 해도 '라디오 좀 틀어달라'고 하시는 승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롯데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야구 (라디오) 중계 좀 틀어달라'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항상 롯데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주파수를 맞춰 놓고 운전을 했다"며 "그런데 작년부터는 중계를 틀어놓아도 승객들이 '몇대몇이냐'고 묻는게 대다수였고, 올해는 경기 소식 조차 관심이 없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나도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땐 야구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계속 중계를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롯데 팬이 됐다"며 "그런데 최근엔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롯데가 3연승만 해도 지역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말은 부산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진 말이다. 부산 시내 곳곳에서 야구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 이 택시 기사 역시 "롯데가 이기면 경기장 인근 뿐만 아니라 부산 시내에 난리가 나던 때도 있었다"며 "올해는 매진됐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경기 끝난 뒤 사직구장에서 손님 한 번 모셔드리고 다시 가보면 택시 잡으시는 분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운전 내내 연신 한숨을 쉬던 이 기사는 그래도 롯데를 응원했다. "예전에 '부산에 시민야구단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다더라. 나는 그래도 오랜기간 부산에 있었고, 이대호, 손아섭 같은 부산 출신 선수들이 있는 롯데가 잘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부산 사람 자존심도 좀 살고, 지역 경제도 좀 나아지지 않겠나."
지금의 롯데 팬들이 바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대역전 드라마가 아니다. 한 번을 싸워도 맥없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거인의 근성을 되찾길 바랄 뿐이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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