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김준석 기자] '녹두꽃'은 인물의 변화를 심도 있게 묘사한다. 그래서 더 가슴이 울컥한다.
인간은 누구나 변화한다. 그러나 이 변화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장하기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 김승호)은 이 같은 인물의 변화에, 변화의 이유에 집중한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시청자는 어느새 변화하는 인물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이쯤에서 '녹두꽃' 속 인물들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이 왜 변화했는지, 이들의 변화를 과연 흑과 백으로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있는지. "시대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는 극중 인물의 대사처럼, 어쩌면 모든 인물의 변화에 가슴이 울컥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새 희망을 찾은 사람들 조정석-서영희
백이강(조정석 분)은 이름 대신 '거시기'로 불리며 악인 아닌 악인으로 살았다. 그런 그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 희망을 찾았다. 그는 '거시기'를 버리고 백이강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동학농민군 의병 별동대 대장이 되어, 민초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싸우고 있다. 몸종으로 겁탈까지 당하며 모진 삶을 살았던 백이강의 어머니 유월(서영희 분) 역시 "나 이제 종 아니다"라고 외치게 됐다. 쫓기고,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지만 이들의 변화는 빛이다.
좌절과 마주한 사람들 윤시윤-최원영
백이현(윤시윤 분)은 중인 엘리트 계층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조선에 문명의 빛을 밝히고자 했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던 백이현은 동학농민혁명 소용돌이 속에서 의도치 않게 향병대에 징집돼 전쟁터로 향했다. 백이현은 자신을 전쟁터로 내몬 것이 스승 황석주(최원영 분)라는 것을 알고 처절한 복수심에 사로잡혔다. 좌절과 마주한 백이현은 야수가 됐다.
황석주는 고매한 인품을 지닌 양반이다. 황석주에게 백이현은 아끼는 제자였다. 그러나 아무리 아낀다 할지라도 중인인 백이현을 자신의 여동생 신랑감으로 인정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백이현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황석주는 자신의 본성을 느끼고 자조했다. 백이현과 황석주의 변화는 지독한 좌절과 마주하며 촉발됐다.
이외에도 이문만 생각하던 상인 송자인(한예리 분)이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 분)과 마주하고, 동학농민군 의병대의 처절함을 접한 뒤 변화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녹두꽃'은 이처럼 변화하는 인물들을 심도 있게 들여다 본다. 그리고 이들이 왜 변하게 됐는지, 왜 변해야만 했는지 보여준다. 그 뒤에는 희망 따위 찾을 수 없었던 1894년 시대의 아픔이 있었다.
'녹두꽃'이 중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청과 일본 외세까지 들어오면서 '녹두꽃' 속 인물들은 지금까지보다 더 가혹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다. 시대로 인해 변화하는 인물들의 삶이, 여러 의미로 모두 불쌍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운명이 안타깝고 또 궁금하다. 한편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은 매주 금, 토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narus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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