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손흥민, 다시 한 번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토트넘(잉글랜드) 손흥민은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을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프로 축구 선수라면 유럽 무대에서 뛰는 게 꿈이고, 그 중에서도 UCL 우승을 최고 가치로 여긴다. UCL 결승전 무대조차 밟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부지기수인데, 결승전에서 뛸 수 있게 됐으니 손흥민 입장에서는 자신의 커리어 최고 정점을 찍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손흥민의 토트넘은 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리버풀에 0대2로 패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내준 핸드볼 파울 페널티킥 실점의 충격이 너무 컸다. 토트넘은 부상을 털고 돌아온 해리 케인을 선발로 출전시키는 강수를 뒀지만, 악수로 돌아왔다. 손흥민 혼자 팀을 살려보겠다며 죽을 힘을 다해 뛰었지만, 수준 높은 팀을 상대로 혼자 경기 흐름을 바꾸는 건 무리였다.
손흥민은 크게 낙담했는지, 눈물을 보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메달 수여식 때도 고개를 푹 숙이고 마지막으로 메달을 목에 걸었다. 믹스드존 인터뷰도 "(말)실수를 할 것 같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얼마나 상심이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렇다면 손흥민이 '빅이어' 트로피를 들고 포효할 수 있는 날이 앞으로 올 수 있을까. 사실 토트넘이 올시즌 UCL 결승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조별리그부터 험난했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 인터밀란(이탈리아) 등 강호들과 한 조였다. 도르트문트(독일)와의 16강도 험난했고,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와의 8강은 맨시티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토트넘의 기세도 좋았고, 운도 따르며 결승까지 올랐다.
하지만 냉정히 토트넘의 전력은 결승 진출을 장담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리버풀과의 결승전에서도 전력 차이가 여실히 느껴졌다. 그동안 토트넘은 전력 보강 투자에 매우 인색했고, 앞으로도 이 기조가 갑자기 바뀔 가능성은 없다. 그 사이 다른 유럽 강호들은 더 강한 전력 구축을 위해 애쓸 게 뻔하다. 다음 시즌 토트넘의 돌풍이 올해처럼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기 힘들다.
포체티노 감독의 거취도 불분명하다. 토트넘은 선수들도 잘 뛰었지만, 없는 살림으로 최고의 전력을 뽑아낸 포체티노 감독의 지도력에 의해 올시즌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유벤투스(이탈리아)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등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결승전 후 거취 문제에 대해 "지금은 그 얘기를 꺼낼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대적 선수 보강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포체티노 감독을 잃게 된다면 토트넘의 힘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손흥민이 주가를 더 높여 향후 빅클럽으로 이적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UCL 우승 후보로 꼽히는 전력 좋은 강팀들에 손흥민이 합류한다면 UCL 결승 재도전은 결코 꿈이 아니다. 시즌을 치를수록 발전하는 손흥민의 상승세를 봤을 때, 그의 빅클럽 이적 역시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