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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없이 뜨거웠던 여자축구의 밤, '화룡점정'을 찍은 건 '우승후보' 프랑스 여자축구가 보여준 궁극의 경기력이었다. 90분 내내 지칠 줄 모르는 체력, 60~70%의 압도적 점유율 속에 21개의 슈팅을 쉴새없이 쏘아올렸다. '리옹 듀오' 르소메르와 마즈리가 왼쪽 측면을 지배했고, 반대쪽에서 '리옹 에이스' 카스카리노가 빛의 속도로 내달렸다. '캡틴' 아망딘 앙리가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공수에서 맹활약했고, 세트피스에선 '1m87 센터백' 르나르의 고공 헤더가 잇달아 작렬했다. 지소연은 이를 "남자의 템포"라고 설명했다. 파워와 스피드, 기술, 전술, 체력, 높이 등 모든 면에서 11명 선수 모두가 '어벤저스'였다. 빠르고 강하고 재미있는 여자축구의 미래,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0대4 대패는 참담하지만, 지난 4년간의 준비 과정을 보면 결과는 당연했다. 2019년 현재 프랑스축구협회(FFF)가 공개한 프랑스내 여자축구 등록선수는 13만8883명에 달한다. 등록선수 1400명 남짓인 한국보다 무려 100배나 많은 수치다. 특히 2011년 노엘 르 그라에트 프랑스축구협회장 취임 이후 여자축구를 향한 관심과 투자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2011년 5만4565명이었던 등록선수가 8년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1년 109개에 불과했던 학교 축구클럽이 2019년 905개로 약 9배 증가했다. 일반 축구클럽 역시 1546개에서 3035개로 늘어났다. 내년까지 선수, 심판, 지도자 등을 포함해 여자축구 등록인구 25만 명, 100% 여성축구클럽 8000개, 학교축구클럽 1500개를 목표 삼고 있다. 여자축구 아마추어 클럽 지원을 위한 예산은 1500만 유로(약 200억 원)에 달한다. 한국은 지난 4년새 '여자축구 명가' 영진전문대, 여주대 축구부가 해체됐고, 지소연 임선주 이영주 등을 배출한 가장 오래 된 한양여대 여자축구팀마저 창단 26년만의 해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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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대표팀을 향한 투자 역시 막강하다. 코린 디아크르 감독 아래 3명의 코칭스태프가 있다. 의사 1명과 치료트레이너 3명으로 구성된 의무팀에 비디오분석, 미디어 홍보 등 순수 지원스태프만 8명에 달한다.
한국은 캐나다월드컵 이후 지난 4년간 2015년 11월 호주, 2016년 6월 미얀마(2연전), 2017년 10월 미국(2연전), 2019년 4월 아이슬란드(2연전), 6월 스웨덴과 A매치를 치렀다. 지난 4년간 32회의 A매치를 치른 프랑스와 비교도 되지 않는 수치다. 16강전 0대3 대패 이후 4년만에 만난 월드컵 개막전, 강호 프랑스는 더 강해졌고, 한국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윤덕여호 선수들이 난생 처음 접한 열기에 압도돼 자리도 채 잡기 전, 프랑스는 안방에서 더 빨라진 템포, 더 강해진 자신감으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투자 없는 결과는 없다. 0대4 대패는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다.
다행한 것은 신세계그룹이 여자축구에 향후 5년간 100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는 점이다. 국내 A매치 연2회 개최 계획에 선수들은 반색하고 있다. 횟수도 중요하지만 '강팀'과의 실전 경험이 절실하다. 윤덕여 감독은 개막전 후 "프랑스와 같은 강팀과의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이 경기가 어려웠던 이유다. 한국 여자축구가 더 성장하기 위해 강팀들과의 대결이 더 자주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막전 후반 교체출전한 이민아는 "영상으로 본 것과 실제로 뛰어본 것이 달랐다"고 털어놨다. '첼시 6년차' 지소연은 "우리도 이런 선수들과 자주 함께 뛰어봐야 이 템포를 따라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윤덕여호는 개막전 패배 이튿날인 8일 A조 조별예선 2차전 나이지리아전(12일 오후 10시, 한국시각)이 펼쳐질 그르노블로 이동했다. 이날 나이지리아가 노르웨이에 0대3으로 패하며 16강행의 명운을 결정지을 2차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