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FC는 감독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2003년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53)가 구단을 인수한 이래로 16년간 무려 12명의 감독이 벤치에 앉았다. 대행직을 맡은 3명의 감독 거스 히딩크, 로베르토 디 마테오, 라파엘 베니테스 등을 제외해도 정식감독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입성하기 전 메이저 대회에서 8번 우승했다. 부임 이후에는 16개의 트로피를 따냈다. 이렇듯 신흥명가로 급부상했지만, 그것만으론 감독 자리를 보전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일례로 브라질 출신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2009년 2월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2012년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도 마찬가지다. 첼시의 최전성기를 이끈 조세 무리뉴 감독은 두 번이나 시즌 도중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고, 안토니오 콩테 감독은 2017~2018시즌 FA컵 우승을 이끈 뒤 구단과 갈라섰다. 팬들의 지지, 트로피 성과와 관계없이 경질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약 9290만 파운드(약 1400억원)의 경질 보상금을 지불하면서까지 감독 교체를 감행했다.
부임 11개월만에 물러난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의 경우 '경질'된 건 아니다. 본인의 의지로 유벤투스와 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영국 언론에 따르면, 사리 감독은 지난시즌 구단주와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전술과 선수기용 문제로 비난에 시달렸다. 그런 와중에 프리미어리그 3위와 유럽유로파리그 우승 성과를 냈지만, 상황이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에이스 에당 아자르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과 향후 두 차례 이적시장 영입 금지 처분이라는 악재가 찾아왔다. 결국, 사리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스탬포드 브릿지(첼시 홈구장)를 떠났다.
이에 따라 첼시는 새 시즌 개막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로만 시대' 13번째 감독을 구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레전드 출신 프랭크 램파드 더비 카운티 감독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파트릭 비에라 니스 감독,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울버햄턴 감독, 막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전 유벤투스 감독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램파드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최소 2년간 지휘봉을 맡기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설령 램파드 감독을 영입한다 하더라도 2009~2010시즌 더블 우승을 안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도 경질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이 '약속'을 지킬지는 알 수 없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