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이범호! 이범호! 이범호!"
64일 만이다. '빛고을' 광주에 KIA 타이거즈 관중들이 이범호를 연호했다. 그는 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몫을 100% 다했다.
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KIA의 경기. 0-5로 뒤진 5회 말 무사 만루 찬스. 박흥식 KIA 감독대행은 이날 한 타석밖에 소화하지 않은 9번 타자 최원준의 타석 때 대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인공은 '꽃범호' 이범호(38)였다.
이범호가 더그아웃에서 방망이를 들고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이범호"를 목놓아 외쳤다. 그리움의 표출이었다. 이범호는 KIA 팬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2011년부터 KIA 유니폼을 입은 뒤 항상 짜릿함을 선사했다. 특히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 3회 초 2사 만루 상황에서 두산 니퍼트를 상대로 만루 홈런을 치며 KIA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무엇보다 유연한 수비로 '핫코너' 3루 수비도 잘 해냈다.
하지만 고질적인 햄스트링(허벅지 뒷 근육) 부상이 올 시즌 발목을 잡았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중도하차했다. 결국 개막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다 4월 10일 1군에 콜업돼 대타로 출전했다. 임팩트는 여전했다. 4월 13일 SK 와이번스전에선 홈런을 날리며 팀 승리를 견인하기도. 그러나 이범호의 모습은 4월 27일 이후 1군에서 사라졌다. 팀 성적이 부진하기도 했지만 활용폭이 너무 좁아졌다. 햄스트링 재발 우려로 타격은 되지만 주루와 수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5월 1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범호의 현역인생은 여기까지였다. 구단과 상의해 20년간 입었던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KIA 구단도 이범호에게 최고 예우를 갖춰주기로 약속했다. 오는 13일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주기로 했다. 박흥식 감독대행도 발을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두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KBO리그 역대 13번째 2000경기 출전 보장과 은퇴식이 예정된 '친정' 한화 이글스전 선발출전이었다.
4일 NC전 대타은 이미 공식적으로 현역은퇴가 KIA 팬에게 알려진 뒤 팬 앞에 얼굴을 드러낸 첫 출전이었다. 보고싶었던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팬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범호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환하게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팀의 첫 득점을 안겼다. 결대로 밀어쳐 3루 주자가 여유있게 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구력의 힘'을 이범호가 제대로 증명했다.
박 감독대행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이범호를 꼬옥 안아줬다. 이범호 스스로 언급한 "행복한 시간"이 고개를 들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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