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늘 판젠동, 마롱 이야기를 했다. 막상 이기고 나니 뛸듯이 기쁘다."
세계 3위, 중국이 자랑하는 톱랭커 판젠동을 돌려세운 '한국탁구 간판스타'정영식(27·미래에셋대우)이 환한 미소로 기쁨을 표했다.
정영식은 6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국제탁구연맹(ITTF) 신한금융 2019코리아오픈 남자단식 8강에서 '중국 톱랭커' 판젠동에게 4대2(11-5, 9-11, 8-11, 13-11, 11-9, 12-10)로 승리했다. 안방 코다. 리아오픈에서 나홀로 살아남은 정영식이 4강 진출과 함께 빛나는 동메달을 확보했다. 이날 오후 이상수와 함께 나설 남자복식 결승전을 포함해 2015년 이후 4년만에 다시 2관왕에 도전하게 됐다.
이날 정영식의 투혼은 눈부셨다. 공격과 수비에서 빈틈이 없다는 완성형 에이스, 2017년 뒤셀도르프세계선수권 준우승자 판젠동을 상대로 6전6패 절대 열세였던 정영식이 처음으로 승리했다. 2014년 2월 조언래(현 여자대표팀 코치)가 카타르오픈 16강에서 판젠동에게 4대3으로 승리한 후 한국선수가 판젠동을 상대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판젠동에게 1대3으로 패한 후 정영식은 "판젠동은 공수에서 빈틈이 없다. 어떻게 공략하면 이길지 고민"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1년간 탁구밖에 모르는 '탁구바보' 정영식은 집요하게 판젠동을 연구했고 기어이 6전7기, 짜릿한 승리를 꿰찼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1500여 명의 탁구팬들이 "정영식! 정영식!"을 연호하며 뜨겁게 환호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영식은 "늘 판젠동, 마롱 이야기를 해왔다. 이 두 선수를 정말 이기고 싶었다. 이 대단한 선수를 막상 이기고 나니 너무너무 뛸듯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영식은 16강에서 발가락 부상중인 한솥밥 후배 장우진을 꺾고 8강에 올랐다. 지난해 코리아오픈 3관왕인 후배 장우진의 몫까지 해내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정영식은 "우진이를 이기고 올라왔다. 우진이가 올라왔다면 더 잘했을 텐데, 미안함과 부담감이 커서 더 매달려서 했다"고 털어놨다. 승리를 기뻐했지만 긴장을 늦추진 않았다. "8강에서 판젠동을 이겼지만 4강에서 마롱까지 이기는 것이 목표다. 일본오픈에서 세트스코어 3대2, 듀스까지 갔다가 3대4로 진 기억이 있다. 이번 대회 부산 탁구팬들 앞에서 꼭 승리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마롱과 판젠동은 셰이크핸드 세계 최강이다. 이기진 못했지만 워낙 많이 보고 많이 배웠다. 많이 보다보니까 빈틈도 조금 보이고 부산 탁구팬들이 저를 응원해주신 덕분에 상대도 긴장했다.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며 승리 비결을 밝혔다.
이날 정영식-판젠동의 경기는 벤치 지략 다툼도 눈길을 끌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유승민의 남자단식 금메달 당시 상대였던 왕하오가 코치로 판젠동의 벤치를 봤다. 정영식 뒤엔 평생의 스승인 김택수 남자탁구대표팀 감독(미래에셋대우 감독)이 앉았다. 이날 판젠동은 유독 백드라이브가 흔들렸다. 김 감독은 이 부분을 간파했다. 정영식은 "원래 백싸움은 5대5 정도 봤는데 경기를 하면서 처음에 놀랐다. 하지만 상대가 워낙 강한 선수라 무서워했는데 김 감독님이 백이 유리하다. 무조건 백으로 가라고 조언하셨다. 서브, 리시브, 백사이드 공략 등 큰그림을 너무 잘 말씀해주셨다.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며 벤치에 감사를 표했다.
전날 임종훈, 조승민 등 후배들이 중국 마롱, 리앙징쿤에 맞춰 듀스, 풀세트 대접전을 펼쳤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 부분도 정영식에겐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어제 정말 멋진 경기를 했는데 아쉽게 이기지 못했다. 나도 그런 아쉬운 경기를 정말 많이 해봤다. 세계 최강 선수들이 괜히 안넘어가는게 아니다. 오늘은 그 아쉬운 고비를 넘었다"고 했다. "판젠동을 이기는 것을 목표 삼았고, 목표를 이뤘지만, 내일 경기가 남았다. 내일도 철저히 분석해 이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영식은 7일 펼쳐질 4강전에서 마롱-크리스티안 칼손전 8강전 승자와 결승행을 다툰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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