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기도훈(24)은 '아스달 연대기'의 '임팩트'를 담당했던 '마스크남' 양차다.
모델로 데뷔했고 배우로 전향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 패션위크에서 모델로 활약했고, 유명 브랜드 광고도 다수 촬영했다. 품목도 다양했다. 자동차 광고부터 IT 산업, 그리고 휴대전화, 교복, 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의 광고를 섭렵했다. 기도훈은 연기자로 전향한 이후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고 영화 '쎄시봉'(2015)을 시작으로 상업 연기로 접어들었다. 또 웹드라마 '에브리데이 뉴페이스'(2016), '공도사 선무당의 창업성공기'(2016) 등에 출연했고 MBC '왕은 사랑한다'(2017), KBS2 드라마스페셜 'SLOW'(2017)에서도 활약했던 바 있다.
지난해에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불렸던 작품인 SBS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여하민 역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방영 중인 540억원 대작 드라마 tvN '아스달 연대기'(김영현 박상연 극본, 김원석 연출)에서 타곤의 부대인 대칸부대 전사이자 최고의 싸움꾼, 그리고 침묵의 벌을 받고 있는 양차로 분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고 있다.
기도훈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대작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와 함께한 소감을 털어놨다. 오디션을 단 한 차례만 보고도 '아스달 연대기'에 합류할 수 있었다는 기도훈은 사실 '나의 아저씨' 오디션을 통해 김원석 PD와 한 차례 만났던 인연이 있다고. 첫 오디션 현장에서 두 시간에 가까운 연기 이야기를 나눴던 덕에 김원석 PD와의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스달 연대기' 오디션장에서 보여줬던 기도훈의 센스있는 태도도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을 것. 기도훈은 "워낙 감독님이 어떤 것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를 '나의 아저씨' 오디션을 통해 경험했다. 그 경험을 통해 마스크도 따로 준비해 가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오디션장에는 많은 분들이 계셨고, 카메라도 두 대나 있어서 '오디션부터 엄청나다'는 느낌까지 왔었다. 그런 데다가 밖에는 다른 배우들도 준비하고 있어서 성실하게 임했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준비한 것이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 주섬주섬 마스크를 꺼내자마자 분위기가 빵 터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회상했다.
그렇게 합류한 '아스달 연대기'를 위한 기도훈의 노력은 끊임이 없었다. 대칸 최고의 싸움꾼이자 군사다운 몸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 모델 출신이기 때문에 슬림한 몸매를 자랑했던 기도훈은 '아스달 연대기'를 위해 16kg 이상을 찌우며 몸무게를 95kg까지 늘렸다. 큰 키에 몸무게까지 늘려야 하다 보니, 그의 하루는 운동으로 시작해 운동으로 끝날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기도훈은 "처음에 액션을 많이 준비했는데, 양차는 캐릭터가 일단 타곤의 은밀한 명을 수행하고, 마스크가 씌워졌으니까 '움직임의 연기가 전부'라고 생각해서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을 진짜 많이 준비했다. 그래서 거의 운동선수처럼 싸웠다. 하루에 세 네 개 정도 운동을 했는데 액션스쿨에서 세 시간을 하고, PT를 하러 대치동으로 넘어간다. PT를 두 시간 하면 단백질 보충제를 먹고, 그 다음에 집에서 씻고 나와서 한강을 뛴다. 그러면 한 시간 반 정도 뛰고도;부족하다 싶어,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었고, 밧줄을 이용해서 연습도 하고 나무도 묶어보고, 잘라보고 그랬다. 기계체조도 배웠고, 백덤블링도하고 이것저것 많이 했다. 그리고 힘들다는 크로스핏을 두시간 반을 했다. 그렇게 세 달을 살았다"고 치열했던 준비기간을 돌아봤다. 그렇게 3개월을 살아 '근육만으로 가득 채워진' 95kg의 거구를 만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는 다시 16kg이 고스란히 빠졌다. 당시에는 "기둥을 뽑아보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지만, 지금은 "그저 걸어다닐 뿐"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대칸 최고의 군사'인 양차를 연기하다 보니, 기도훈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을 만들고 싶었단다. 이 때문일까, 현장에서의 액션장면도 90% 직접 소화했다. 6m 아래로 뛰어내리는 등의 큰 리스크가 있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직접 해보겠다고 손을 드는 신이 많았다는 것. '신인의 열정'이었다. 그는 "액션신이 많았으니, '액션을 찢고' 싶었던 거다. 감독님도 저에게 '액션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제일 싸움을 잘하는 애'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걸 위해 열심히 준비했고, 촬영할 때도 즐겁게 했다. 액션은 거의 다 제가 소화했다. 찍을 때도 '제가 해보겠다'고 손을 든 신이 많았다"며 "장면들이 그래도 잘 나왔다. 상상보다도 더 잘 나와서 '역시 감독님'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대본을 보면서 상상하고, 밧줄로 연습하고 찍었던 것인데 막상 찍을 때는 생각보다 액션의 느낌이 안 살더라. '이게 생각보다 영상이 안나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는데, 막상 드라마를 보면 '잘해 보이네' 그랬다. 잘 나와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기도훈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살려준 것은 바로 '검은 마스크'다. '침묵의 형벌'을 수행하기 위해 썼던 마스크가 이제는 양차와 기도훈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기도훈과 함께할 마스크를 찾기 위해 10번 이상의 시범 착용이 이뤄졌다. 얼굴형에 맞춰서 제작을 했기에 최종본을 받고도 '최종, 진짜 최종'에 이어 마지막 수정안을 받았다는 설명. 그는 "체형이나 얼굴형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디자인도 여러 번 바뀌었고, 최종안을 받은 후에도 수정이 이뤄졌다. 디테일하게 어디가 맞지 않았는지를 보고 바꿨고, 또 액션을 하다가 한 번 부러지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기도훈은 '마스크 덕에 외모 이득을 봤다'고 말하는 등 재치있는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마스크를 써서 비주얼이 좋아진게 아닌가 싶었다. 가린게 신의 한수이지 않나 싶다. 가려서 좋았던 점은, 얼굴에 붓기 뺄 필요도 없었고, 메이크업도 마스크 안 쪽은 안해도 됐다는 것"아라고 말했다. 또한 가장 임팩트가 있던 장면인, 마스크가 벗겨지는 장면을 찍을 때는 영하 17도의 추운 날씨에 "찍을 때는 마스크를 안 벗길 원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얼굴이 통통하게 나와서 속상하더라. 영하 17도를 이기지 못한 양차였다"고 말했다.
대사를 할 수 없으니 눈빛만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도 어려운 부분이었을 것. 기도훈은 "저는 늘 그림자처럼 서있었고, 앞에서 타곤(장동건)이 중요한 얘기를 하면 제 눈동자가 막 돌아갔다. 시선을 옮기며 타곤과 무백(박해준)의 감정선을 따라 눈빛으로만 감정을 표현하고 따라야 했기에 어려운 장면이었지만, 감정이 표현이 돼야 해서 디테일하게 맞추려고 노력했다. 찍기 전엔 어렵지만, 상황 속에서 선배님들의 연기에 집중하고 감정에 몰입하다 보면 맞게 나오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9개월의 촬영 기간과 몸무게 증량, 그리고 신체적으로 목소리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역할을 맡았던 기도훈은 '아스달 연대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특히 "김원석 감독님의 작품이기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아무래도 대작 드라마다 보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하며 '아스달 연대기'를 기억했다.
기도훈은 '아스달 연대기'에 이어 차기작으로 tvN '유령을 잡아라'(소원 이영주 극본, 신윤섭 연출)를 확정하고 촬영 중이다. 기도훈이 출연하는 '유령을 잡아라'는 현재 방영 중인 tvN '60일, 지정생존자' 후속으로 오는 8월 방송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