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끝내 터지지 않은 골, 한국 여자수구 헝가리에 64점차 대패
[광주=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어차피 이길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스포츠의 세계에는 늘 '예외'나 '기적'이라는 게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 맞아야 가능한 이야기다. 마치 초등학교 야구팀이 아무리 애를 써도 프로팀을 이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 겨우 팀의 모습으로 경기에 나선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이 세계 톱 레벨의 헝가리 대표팀과 붙었다. 목표는 승리가 아닌 '한 골만'이었다. 간절히 달려들었지만, 그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 수구장의 물인지 눈물인지 땀인지. 정체가 모호한 물방울 들이 한국 선수들의 얼굴에 흘렀다.
한국 수영 역사상 첫 국제대회에 나간 여자 수구팀이 큰 패배를 기록했다. 한국 여자수구는 14일 광주시 광산구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수구 조별리그 1차전에서 헝가리를 만나 0대64(0-16 0-18 0-16 0-14)로 졌다.
한국은 여자 수구의 불모지다. 실업팀은 커녕, 그간 대표팀조차 없었다. 수구를 전공한 선수 자체가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개최국 자격으로 남녀 수구 출전권을 따냈다. 결국 지난 5월말에 부랴부랴 13명의 선수를 선발해 '수구 대표팀'을 구성했다. 국가 대표팀임에도 이때부터 수구 걸음마를 뗀 셈이다. 한 달 반 남짓 수구를 익히고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반면 헝가리는 지난 2017 헝가리 세계선수권에서 5위를 차지한 수구 강국이다. 수구의 인기가 매우 커서 '국민 스포츠'급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여자 대표팀은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올림픽에서 연달아 4위를 차지했다. 애초에 기량 차이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10대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씩씩했다. 승패에 대한 부담을 처음부터 내려놓고 그간 익힌 기술을 통해 1골이라도 넣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헝가리는 예상 이상으로 무서웠다. 12초만에 실러지 도로처에게 페널티 스로로 첫 골을 내줬다. 이후 헝가리의 폭풍 같은 공세가 이어졌다.
1쿼터에 16골을 내줬다. 체격 조건과 기술, 경험 등에서 모두 월등히 앞선 헝가리가 특별히 몰아부친 건 아니다. 한국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밀렸다. 1쿼터에 단 한 차례만 슛을 시도할 수 있었다. 반면 헝가리는 20번 시도해 16번을 골로 만들었다.
2, 3, 4쿼터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큰 소리로 한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점수 차는 점점 더 벌어져 갔다. 결국 0대64의 기록적인 대패가 나왔다. 이는 역대 세계수영선수권 여자 수구에서 나온 한 경기 최다 점수 차 패전 기록이다. 한국은 16일 캐나다와 조별리그 2차전을 펼친다. 첫 골이 나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