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웬만한 타자와 견줘도 될 정도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고효준(35)은 올 시즌 KBO리그 전반기 가장 많이 마운드에 오른 불펜 요원이다.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까지 53경기에 나섰다. 롯데가 치른 전반기 94경기 수를 감안하면 이틀에 한 번 꼴로 마운드에 오른 셈. 44⅓이닝을 던져 2승7패14홀드,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했다. 기록 면에서 보면 준수하다는 표현에 걸맞진 않지만, 기록에 보이지 않는 팀 기여도는 상당했다.
롯데는 시즌 초반 선발-불펜이 모두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마운드를 꾸려갔다. 고효준은 추격조-필승조-더블스토프 등 사실상 보직이 무의미할 정도로 마운드에 올랐다. 대부분 마운드가 일찌감치 무너졌거나, 박빙의 승부에서 공을 넘겨 받았다. 연투만 15회, 이 중 3연전 내내 마운드에 오른 것도 두 차례나 된다.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하지 못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쓰기도 했지만, 특유의 다이내믹한 투구폼을 앞세워 속구를 내뿜는 그의 모습은 최하위 성적 속에 답답함을 거두지 못하는 롯데 팬들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될 만했다.
일각에선 전반기에 연투를 거듭한 고효준이 후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투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황혼'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은 프로 18년차인만큼, 연투의 여파를 쉽게 벗어내긴 힘들 것이라는 게 이유. 하지만 고효준은 "컨디션이 나쁘지 않기에 '계속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다'고 감독님께 말했다. 자신이 있었고, 감독님도 배려를 해준 부분이 있다"며 "투수들에게 연투는 몸상태만 좋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이든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강조할 정도로 책임감을 보이고 있다.
전반기 만에 지난 시즌 기록(43경기 32⅓이닝 2승3패7홀드, 평균자책점 6.96)은 넘어섰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성기에 비해 구위-컨트롤 모두 처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 시즌 롯데 불펜의 '믿을맨' 역할을 하고 있다. 고효준은 "지난 시즌까진 '(안타를) 맞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많았는데, 감독님이 '너 자신의 공을 믿고 던져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지금은 빨리 승부해서 아웃카운트를 잡고 이닝을 마치는게 내 역할이라는 생각을 한다. 피하지 않고 적극적인 승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달라진 힘의 비결을 밝혔다.
올 시즌을 마치면 고효준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된다. 고효준은 "최근 들어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욕심을 내기보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활약으로 팀에 보탬이 되도록 매일 만들어가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반기 내내 가시밭길을 걸었던 롯데에게 고효준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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