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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히어로]동료 실책 감싼 대인배 유희관의 품격 "어릴 때 나도 많이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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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유희관(33)이 최고참 선발 투수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유희관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시즌 14차전에 선발 등판, 6⅓이닝 동안 6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눈부신 호투로 시즌 7승째(7패)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유희관은 2013년부터 이어온 7년 연속 두자리 수 승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날의 눈부신 호투 만큼 빛난 건 마운드 위에서의 집중력과 리더십이었다. 절정의 한증막 무더위. 잠깐 열어둔 과자가 금세 눅눅해질 정도의 높은 습도 속에 모두의 불쾌지수는 극에 달해 있었다.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건 집중력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양 팀 야수 모두 수비 집중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희관은 실책이 나올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는 대신 후배 야수를 감쌌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위기를 멋지게 극복했다. 믿음직한 대인배 선배의 모습, 그대로였다.

KT 쿠에바스와의 시즌 두번째 선발 맞대결. 초반부터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렀다. 높은 불쾌지수 속에 충분히 예민해질 수 있는 경기. 하지만 유희관은 포커페이스로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했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유희관은 0-0이던 2회초 선두 타자 유한준에게 첫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1사 후 박경수의 3루 땅볼 타구를 허경민이 잡아 2루에 송구 미스를 하면서 1,2루에 몰렸다. 하지만 유희관은 허경민을 바라보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유희관은 윤석민 안승한 두 타자를 연속 투수 땅볼로 전광석화 처럼 잡아낸 뒤 이닝을 마쳤다.

0-0이던 4회초 1사 후에도 내야실책이 나왔다. 유한준의 땅볼을 유격수 류지혁의 송구가 빗나가며 1루에 살려주고 말았다. 이때도 유희관의 행동은 변함이 없었다. 글러브를 치며 후배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후속 상황은 더 난감해졌다. 로하스와 박경수에게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면서 1사 만루. 하지만 유희관은 윤석민을 1루 땅볼로 유도해 홈에서 3루주자를 잡아낸 뒤 안승한을 파울플라이로 잡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3회 오재원의 호수비와 6회 좌익수 김재환의 직선타 처리 때는 적극적으로 박수를 쳐주며 격려했다. 이닝을 마치고 돌아오는 야수를 덕아웃 앞에서 끝까지 기다려 하이파이브도 잊지 않았다.

결국 야수들이 유희관을 도왔다. 선제 실점 한 5회말 박건우가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박건우는 7회 1사 1,3루에서도 희생플라이로 유희관에게 쐐기점수를 안겼다.

경기 후 유희관은 "잔여 경기에서 (7시즌 연속) 10승을 거두기 위해서는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유쾌한 농담으로 승리의지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동료들의 실수를 감싸 안은 대인배 품격에 대해 그는 자기 반성부터 했다. "사실 예전 어릴 때 저도 (야수 실수에 대해 싫은) 티를 내서 많이 혼났어요. 저는 5일에 한번 등판하지만 포수와 야수들은 이 무더위 속에서 매일 경기를 하잖아요. 저도 이제 야구를 10년 넘게 하는 고참 선수인데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포커페이스로 던져야죠."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유희관의 리더십. 무더위 속에서 청량제 처럼 쿨하게 빛난 대인배의 품격이었다. 그 안에서 팀은 KT전 2연전을 싹쓸이 하며 본격적인 2위 탈환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