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에릭 요키시에게는 너무 잔인한 하루였다.
키움 히어로즈 요키시는 지난 6월 KBO리그 MVP 후보로도 오를만큼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투수다. 그러나 선발 등판 간격 조정으로 열흘간 체력 충전하고 돌아온 그가 복귀전에서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남기고 물러났다.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한 요키시는 2이닝동안 8안타 1탈삼진 1볼넷 8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올 시즌 그의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종전 5실점)이다.
1회초부터 속수무책이었다. 수비 실책들까지 겹치면서 연거푸 실점을 허용했다. 첫 타자 박건우와의 승부에서 2루타를 허용한 요키시는 다음타자 정수빈과의 승부에서 2루수 방면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2루수 서건창이 공을 더듬는 사이 주자가 모두 세이프됐고, 아웃카운트를 올라가지 않았다. 기록원은 수비 실책이 아닌, 정수빈의 내야 안타로 인정했다. 무사 2,3루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타구때는 1루수 박병호가 땅볼 타구를 잡아 홈을 택했다. 3루 주자의 득점은 막았지만 이번에도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해 노아웃 위기가 이어졌다.
무사 만루에서 김재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요키시는 한숨 돌렸다. 하지만 진짜 악몽은 그때부터였다. 최주환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선취점을 내줬고, 김재호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다. 계속되는 만루 위기에서 허경민의 땅볼 타구때 2루수 서건창의 1루 악송구가 나왔고, 주자 2명이 득점을 올렸다.
위기는 계속됐다. 이어진 1,2루 위기에서 두산의 주자들이 '더블 스틸'을 시도했고, 요키시가 주자를 잡기 위해 3루로 송구했지만 또 악송구가 나왔다. 결국 허경민이 홈까지 들어왔고, 신성현에게 추가 안타를 허용한 요키시는 1회에만 무려 6점을 내주고 말았다.
실점은 2회에도 예외가 없었다. 2회초 페르난데스와 김재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요키시는 무사 1,2루에서 최주환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김재호도 내야 땅볼로 처리하면서 2아웃을 얻었지만 허경민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이 나와 2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다음 타자 박세혁과의 승부에서 적시타를 허용한 요키시는 2회에 2점을 더 내줘 무너지고 말았다. 2회까지 투구수 56개를 기록한 요키시는 3회를 앞두고 교체되며 등판을 마쳤다. 묘한 수비 실책들이 겹치며 최악의 성적만 남았다. 열흘간의 휴식이 무색해진 결과였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