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여름 극장가, 한국 영화의 희비가 빠르게 갈렸다.
지난달 31일 개봉해 파죽지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재난 탈출 액션 '엑시트'(이상근 감독, 외유내강 제작)와 8월 첫 번째 블록버스터로 등판해 만만치 않은 흥행 기세를 이어간 전투 액션 영화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 더블유픽처스 제작)의 엎치락뒤치락, 불꽃 튀는 2파전이 형성됐다.
반면 올여름 첫 번째 기대작이었던 사극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 영화사 두둥 제작)와 '엑시트'와 팽팽한 대결 구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미스터리 액션 영화 '사자'(김주환 감독, 키이스트 제작)는 각종 논란과 관객의 차가운 외면으로 충격적인 퇴장을 맞게 됐다.
흥행 쌍끌이 나선, '엑시트'·'봉오동 전투'
올여름 극장가는 개봉 전까지만 해도 박빙의 4파전을 예고했지만 막상 뚜껑을 연 극장가는 '엑시트'와 '봉오동 전투', 단 두 편의 블록버스터만 살아남은 조촐한 2파전으로 정리가 됐다.
먼저 여름 대전 먼저 승기를 잡은 작품은 '엑시트'다.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그의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윤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엑시트'는 개봉 첫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국내 신작을 꺾고 단번에 1위를 꿰찼고 3일째 100만, 4일째 200만, 6일째 300만, 8일째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무서운 흥행세를 드러냈다. 특히 '엑시트'는 올해 1월 1626만명을 동원, 코미디 장르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극한직업'(이병헌 감독)과 비슷한 흥행 행보를 이어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폐 캐릭터나 억지 감동이 없는 신선한 재난 영화라는 점과 폭력성과 선정성 없는 오락성 강한 '엑시트'의 관전 포인트가 전 세대 관객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흥행을 이끈 것. 개봉 2주 차 500만 돌파도 가뿐하게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엑시트'와 함께 쌍끌이 흥행에 나선 '봉오동 전투'도 만만치 않다. '엑시트'보다 한 주 뒤인 지난 7일 개봉한 '봉오동 전투'는 첫날 33만 관객을 동원, 1위를 지키던 '엑시트'를 꺾고 새로운 흥행 강자로 떠올랐다. 1920년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 연합 부대가 중국 지린성의 봉오동 계곡에서 일본군과 싸워 큰 승리를 거둔 봉오동 전투를 최초로 영화화한 '봉오동 전투'는 어제의 농부가 오늘의 독립군이 됐던 시대, 수많은 이름 모를 독립운동가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봉오동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최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 국가로 지정한 아베 정권의 무역 보복 조치로 국내의 반일 감정이 높아진 가운데 극장가에 등판한 '봉오동 전투'는 이러한 시국 분위기를 타면서 흥행 순항 중이다. '봉오동 전투'는 이튿날 '엑시트'와 접전에서 998명이라는 간발의 차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본격적인 개봉 첫 주말을 맞아 다시 반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렇듯 '엑시트'와 '봉오동 전투'의 쌍끌이 흥행이 여름 극장가를 장악했다.
5G급 씁쓸한 퇴장, '나랏말싸미'·'사자'
흥행 질주 중인 '엑시트' '봉오동 전투'와 달리 여름 빅4로 기대를 모았던 '나랏말싸미' '사자'는 각종 논란만 퇴장 절차를 밟고 있다. 기대치가 높았던 탓일까. '나랏말싸미'와 '사자'는 여름 대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순위권 밖으로 초고속 하락했다.
올여름 첫 번째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나랏말싸미'.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팩션 사극으로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박해일, 고(故) 전미선 등이 가세해 더욱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나랏말싸미'는 개봉 직전 전미선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모든 홍보 활동을 중단하게 됐고 엎친 데 덮친 격 영화와 비슷한 소재를 다룬 소설 출판사와 법적 분쟁을 겪으며 잡음을 낳았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게 된 '나랏말싸미'는 개봉 첫날 그동안 극장가를 휘어잡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라이온 킹'(존 파브로 감독) '알라딘'(가이 리치 감독)을 제치고 흥행 1위에 오르는 등 모처럼 한국 영화 흥행을 예고했지만 이튿날 곧바로 '라이온 킹'에 밀려 2위로 하락했고 이후엔 '알라딘' '레드슈즈'(홍성호 감독)의 역주행까지 시작되면서 계속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여기에 '나랏말싸미'는 개봉 직후 역사 왜곡 논란까지 더하며 관객의 공분을 샀다. 개봉 2주 차에 접어들자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더욱 커졌고 두 번째 여름 기대작인 '엑시트'와 '사자'가 동시에 출격하면서 상위권을 이탈, '봉오동 전투'가 등판한 3주 차에는 박스오피스 13위까지 떨어졌다. 등 돌린 관객을 잡지 못한 '나랏말싸미'는 올여름 잡음만 만든 채 극장가를 떠나게 됐.
비단 '나랏말싸미'뿐만이 아니다. 박서준과 '청년경찰'(17)로 흥행 맛을 본 김주환 감독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사자'는 호불호를 속에서 이렇다 할 흥행세를 펼치기도 전 예상보다 일찍 간판을 내리게 됐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이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 영화로 초반 주목받았지만 신선한 스토리와 과감한 장르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호불호가 갈려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오컬트 장르라는 한계는 물론 높은 기대치, 신선한 소재를 100% 활용하지 못한 연출 빈틈 등으로 인해 입소문 효과를 얻지 못한 것. 개봉 첫 주 '엑시트'와 쌍끌이 흥행을 이어가며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런 흥행세도 잠시, 2주 차에 '봉오동 전투'가 등장하면서 관객의 무단이탈이 이어졌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후일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브링 더 소울: 더 무비'(박준수 감독)과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2'(크리스 리노드 감독) 공세까지 더해지자 '사자'는 속수무책 흔들리며 5위까지 추락했다. 반등을 노리기엔 이미 너무 먼 강을 건너게 된 '나랏말싸미'와 '사자'는 올여름 극장가에서 기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아쉽게 퇴장하게 됐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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