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중앙 수비수는 못 할 것 같은데…."
'베테랑' 박주영(34·FC서울)이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11일, FC서울과 강원FC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1부 리그) 25라운드 대결이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 킥오프 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최용수 서울 감독은 선수들의 포지션 변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 최 감독은 수비수 박동진은 공격수, 미드필더 정현철은 수비수로 활용하고 있다. '주장' 고요한은 매 경기 위치가 바뀐다. 최 감독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살리고 싶을 뿐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사실은 우리 팀 사정에서 활용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은 올 시즌 여름 이적 시장에서 단 한 명의 영입도 없었다. 그는 "이러다 박주영이 중앙 수비수로 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아, 그런데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아마 (박)주영이가 '왜 이러세요'하며 거부할 것 같다"며 허허 웃었다.
최 감독의 예감 그대로였다. 박주영은 "감독님께서 많이 힘드실 것 같다. 우리는 감독님을 중심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수비는 전문적으로 해본 적이 없다. 수비수를 하라고 하시면 못 할 것 같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박주영은 최근 후배들 사이에서 '수비형 스트라이커'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고요한은 "(박)주영이 형이 최전방에서부터 수비를 한다. 앞에서부터 압박을 해주고 있다. 우리끼리 세계 최초의 '수비형 스트라이커'라고 부른다"고 증언했다.
박주영은 "최근 우리팀 경기를 보고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고 말씀 하시는 분이 있다. 아니다. 수비는 팀 전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앞에서 밀리면 뒤에 있는 선수들이 더 힘들다. 공겨수지만,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수비는 해야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강원의 경기를 잘 막고, 잘 버텼다.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것은 좋지만, 득점이 없어서 아쉽다. 공수 밸런스를 잘 맞춰서 공격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은 이날 경기에서 강원과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