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날씨는 뜨거운데, 흥행 열기는 여전히 미지근하다.
말복이 지났지만 연일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8월초부터 전국을 뒤덮은 폭염과 높은 습도는 야구장까지 습격했다. KBO리그 관중 숫자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마이너스'다. 11일까지 치른 542경기에서 모인 총 관중수는 569만6913명. 작년에는 531경기만에 6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올해는 큰 차이가 난다.
폭염이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체감 온도로 따지면 작년이 훨씬 더 더웠지만, 여름부터 5강 싸움이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관중수가 상승세에 올랐다. 또 날씨 영향을 가장 안받는 키움 히어로즈의 홈 구장 고척스카이돔이 관중수가 오히려 감소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고척돔은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중 6314명에서 올해 6122명으로 떨어진 상태다. 키움이 현재 승승장구하면서 2위를 달리고 있고, 가을야구가 확정적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흥행 혜택은 보지 못하고 있다. 날씨가 덥고, 추울 수록 돔구장에 관중이 무조건 몰릴 것이라는 막연한 예측이 어긋난 셈이다.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티켓 가격과 불편한 교통, 주차난 등 이유도 크지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결국 팬층이 넓은 팀들의 성적이다.
올해 KBO리그의 흥행이 주춤한 이유를 딱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리그 수준 논란도 있고,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인한 투고타저 현상이 되려 관중들의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지방에 거점을 둔 인기팀들이 시즌초부터 하위권을 맴돌면서 5강과 5약이 일찌감치 양분화됐고, 현재까지도 힘을 못쓰고 있는 현실이 빈 관중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해 보인다. 현재 순위표에서 6위까지 속해있는 팀 가운데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5개팀이 모두 수도권이다. 그동안 흥행 열풍의 가장 큰 원동력은 지방 인기팀들의 수도권 원정 경기였다. 올해는 수도권 구장의 '지방 인기팀 특수'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그나마 남은 순위 싸움에 기대를 걸 수 있다. 키움과 두산 베어스의 2위 싸움과 KT 위즈의 창단 첫 가을야구 도전, 하위권팀들의 반란 등이 활발하게 전개되면 작년처럼 막바지 흥행 바람이 불 확률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전반적인 하락 수치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17년 역대 최다인 840만 관중을 넘겼던 KBO리그는 지난해 807만명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800만 관중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리그 구성원 전체가 보다 근원적인 고민을 해봐야 할 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