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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직후 컬링, 배구, 농구 등 일부 종목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거셌다. 경기도청과 춘천시청 여자컬링팀이 1~4일 삿포로 월드컬링투어 훗카이도은행 클래식 출전을 취소했고, 강릉시는 16~18일 한중일 여자컬링 친선대회에 일본 초청을 취소했다. WKBL(여자농구연맹)은 24일 개막하는 여자농구 박신자컵에 일본팀 초청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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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북 현대, 광주FC, 수원FC가 일본 동계전지훈련을 실시했고, 울산 현대, FC서울 등은 2차 훈련지로 일본을 택했다. 취재 결과, 전북과 울산은 일본을 전지훈련 선택지에서 일단 배제했다. 2007년 귀네슈 감독 시절부터 '괌-가고시마' 전지훈련을 고수해온 서울의 경우 '기존 계획을 아직 취소하진 않았으나 플랜B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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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한일 청소년, 민간교류와 각종 대회들은 수년째 이어져온 양국 체육인간의 약속이다. 최근 관계 경색과 무관하게 스포츠맨십에 입각한 동아시아 미래 세대들의 교류는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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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전후 한일간 경색국면 속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도쿄올림픽 보이콧'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가장 먼저 '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했다. 악화일로의 한일관계뿐 아니라 후쿠시마 방사능 안전 문제를 집중제기했다. 야당 의원들은 선수보호,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 원칙을 내세워 '보이콧'에 반대하고 있다.
감정에 치우친 올림픽 보이콧은 득보다 실이 많다. 선택지가 다양한 전지훈련 보이콧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심지어 다른 NOC의 공감을 얻지 못한 단독 보이콧은 영향도 미미하다. 2032년 남북올림픽을 유치하겠다면서, IOC의 최대 이벤트인 올림픽 보이콧을 주도하는 것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부분의 종목이 올림픽 예선전을 치르고 있다. 출전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유도, 태권도, 양궁, 체조 등 한국의 메달 기대 종목 대부분은 일본과 겹친다. 한국선수들의 불참시, 일본선수들만 쾌재를 부를 일이다.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출전권을 따내야 한다.
일제시대 고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하며 한국인의 기개를 만방에 떨쳤듯이,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혼신의 레이스 후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던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고다이라처럼 지난 4년간 피땀 흘린 선수들이 정정당당한 승부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것이말로 진정한 '극일'이다. 어느 소설가가 말했듯 '강하다는 것은 이를 악물고 세상을 이긴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경제 보복 조치와 도쿄올림픽을 통해 어떤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든 간에, 대한민국 스포츠와 우리 선수들은 강하고 행복해야 한다.
국민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SBS가 광복절 실시한 관련 여론조사에서 '도쿄올림픽과 정치 연계는 옳지 않고 국제 여론도 우려돼 보이콧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1.3%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도쿄올림픽을 직접 언급했다. "세계인들이 평창에서 평화의 한반도를 보았듯이 도쿄올림픽에서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 이 한마디 속에 모든 해법이 들어 있다. 스포츠는 평화의 길을 연다. 정치, 경제의 문은 닫히더라도, 스포츠의 창문까지 닫아서는 안된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스포츠를 통해 남북 평화의 창을 열었듯, 도쿄올림픽을 통한 한일 관계의 창 역시 열려 있어야 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