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용찬이 형. 정말 미안해요. 평생 빚을 지고있다고 생각할게요"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직후. 허경민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자칫 잘못하면 우승을 놓친 역적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허경민은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9회말 결정적인 실책을 했다. 두산이 9-8로 1점 앞선 상황. 마운드에는 이용찬이 있었고 2사 만루 위기에 몰려있었다. 서건창의 땅볼 타구를 전진 수비한 허경민이 타구를 뒤로 흘리고 말았다. 그사이 타자 주자는 물론이고, 3루 동점 주자가 득점을 올렸다. 스코어 9-9.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순간이다. 이후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고, 두산은 결국 연장 10회초 오재일의 결승타를 포함해 11대9로 이기며 우승을 확정했다. 그러나 9회 실책을 한 허경민은 지옥에서 되살아난 기분이었다.
경기 후 만난 허경민은 "나 때문에 정말 큰일날 뻔했다. 실책을 한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했나 싶었다. 나 때문에 팀이 질까봐 두려웠고, 무엇보다 용찬이형에게 가장 미안하다.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투수가 되면 평생 영상이 나올텐데 나 때문에 그걸 놓친 것 같아서 정말 미안했다"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허경민을 살린 것은 결국 동료들이었다. 두산이 우승하면서 실책에 대한 마음의 짐도 비로소 놓을 수 있었다. 허경민은 "그 어떤 우승보다 이번 우승이 남다른 것 같다. (김)재환이형, (오)재일이형 등 다른 형들이 너무 잘해준 덕분에 살아났다"면서 "앞으로 용찬이형에게 평생 빚을 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하겠다. 용찬이형이 새벽에 전화를 해도 다 달려나가겠다. 한밤중에 배가 고프다고하면 어떤 것이든 사다줄 것"이라며 미안함을 숨기지 못했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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