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소리없이 강하다.'
2019년 KBL 국내선수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양지와 음지가 공존했다.
프로 입단의 꿈을 이룬 '기쁨'이 부각됐지만 고개를 숙인 '슬픔'도 적지 않았다. 올해 드래프트에서도 냉혹한 취업난 현실이 반영됐다. 이번에 총 41명 중 22명이 선택받아 53.7%의 지명률을 기록했다. 2018년 45.6%(46명 중 21명)에 비해 나아진 듯 하지만 드래트프 지원자가 역대 최다였다. 2017년 61.3%(44명 중 27명)였던 점을 감안하면 프로 데뷔는 여전히 '바늘구멍'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눈길을 끄는 대학이 있다. 상명대다. 상명대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2명 모두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전성환이 1라운드 4순위(오리온), 곽동기는 2라운드 3순위(KCC)로 남부럽지 않은 순번으로 꿈을 이뤘다. 이른바 '인서울'의 농구 명문대 가운데 취업률 100%는 연세대(3명), 성균관대(4명), 중앙대(4명) 등 3곳뿐이었다.
고교농구 랭킹 상위권 선수들은 이들 유명대학으로 우선 지원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상명대는 '취업전선'에서 소리없이 강한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프로는 학교 간판으로 가는 게 아니다'라는 교훈을 전파하고 있는 셈이다.
상명대는 올해를 포함해 3년 연속 취업률 100%를 기록했다. 2016년(2명 중 1명)을 제외하고 2013∼2015년 드래프트서도 그랬다. 그럴 만한 비결이 있었다. 그 중심에 이상윤 감독(57)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7월 상명대에 부임한 이 감독이 지금까지 7년 동안 총 15명을 드래프트에 내놓았고 14명의 '취업'을 성공시켰다.
이 감독은 2002∼2003시즌 코리아텐더(현 KT) 시절 '헝그리 4강신화'로 유명하다. 당시 모기업의 쇠락으로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감독대행을 맡아 선수들과 눈물겨운 투혼을 벌이며 4강까지 진출, 커다란 화제가 됐다. 당시 스토리는 KBL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런 그가 상명대의 농구역사를 새로 작성하는 중이다. 2012년 농구대잔치 대학리그 사상 첫 4강, 2013년 대학리그 첫 6강 진출, 2018년 대학리그 사상 첫 4강 등을 이뤘다. 상명대 출신 최초로 KBL 신인왕(2016년)을 받은 정성우(LG) 역시 이 감독이 배출한 '작품'이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게 가장 큰 비결이다"며 겸손해했다. 이어 "많은 인원을 영입할 수 없는 상명대의 여건에 맞춰 프로에 적합한 맞춤형 지도를 한 게 먹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 감독은 역발상으로 팀을 지도한다. 감독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선수별 개인 특성에 맞추는 것. 대학리그에서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프로에 진출해서 빨리 적응하는데 중점을 두고 팀을 운영한다. 코리아텐더-SK나이츠-금호생명(WKBL) 등 프로팀과 방송 해설위원을 경험하면서 터득한 프로 맞춤형 노하우를 접목시켰다.
상명대는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강화 방침에 따라 밤 8시30분 이후와 새벽에만 잠깐 훈련을 한다. 대신 훈련 강도는 세다. 보통 6∼7명 입학하지만 졸업자는 2∼3명이다. 이런 '소수정예'도 오히려 장점이다.
이 감독은 "가용자원이 부족하다보니 신입생부터 경기에 뛸 수 있다. 출전 기회가 많은 만큼 다른 대학 또래 선수들에 비해 기량 발전도 잘 된다"면서 "출전 기회가 많으니 프로팀 스카우트의 눈도장도 많이 받을 수 있다. 명문팀에서 벤치워머 하는 것보다 출전 기회 많은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인성교육'도 빼놓지 않았다. 학교 형편상 숙소생활을 자주 하는 까닭에 공동체 정신, 품행 등에서 감독의 합격점을 받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감독은 "프로에선 보이지 않는 인성도 중요시한다. 이점에서는 상명대 출신이 어디 내놔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혹시 그렇지 않은 친구 있으면 나한테 다시 보내달라"며 껄껄 웃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