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내년이 아니면 후년까지도 기다릴겁니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 최충연(22)에 대한 허삼영 신임 감독의 이야기다. 최충연 이야기가 나오자 허 감독은 선을 그었다. "팀 사정이 급하다고 절대 서두를 생각이 없다"는 요지. 이유가 뭘까.
선수 보호를 위해서다. 허삼영 감독의 소신은 굳건했다. "충연이를 보면서 데이터 야구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충연이는 새로 도입된 측정 장치 등을 이용해 참 열심히 했었거든요. 그런데 기술적인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문제, 심리더라고요. 시즌 끝나고 아예 공을 만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저 체력 위주로만 훈련하고 있죠. 아예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이 심리적으로 스스로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려고요. 그게 내년이 됐든, 아니면 후년이 됐든요."
데이터 분석 전문가 허삼영 감독에게 최충연 케이스는 전혀 다른 시각을 던졌다. 취임 후 "데이터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배경에는 바로 최충연이 있다. "코칭스태프는 선수에 대해 폭넓게 많은 걸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라운드에서 야구가 전부가 아닙니다. 그라운드 밖에서 개인적으로 그 선수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가 야구에 영향을 많이 미치거든요."
지난해 불펜 핵심투수였던 최충연은 올 시즌을 앞두고 큰 기대를 모았다. 삼성 토종 선발 중 가장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 팀의 미래를 위한 토종 에이스로 성장시키기 위해 선발로 전격 전환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당시 받은 병역 특례 후 겨우내 받은 한달간의 군사훈련이 독이 됐다. 공을 많이 못 던진 찜찜한 느낌을 가지고 시작한 시즌은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시즌 초 선발 전환에 어려움을 겪은 뒤 불펜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흐트러진 밸런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성실한 최충연은 시즌 내내 각고의 노력을 했다. 남들보다 더 많이 던지며 잃어버린 밸런스 찾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마음의 짐만 잔뜩 늘었다. 최충연의 이탈과 함께 팀도 결국 목표였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허삼영 감독은 "만약 최충연이 제 역할을 했다면 7승 정도는 더 했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하지만 허삼영 감독은 팀이 급하다고 준비가 안된 선수를 당겨 쓸 생각은 없다. 그는 "선수 개인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며 "심리적 준비가 될 때까지 쓰고 싶어도 꾹 참으려고 한다"고 잘라 말했다. 겨울을 나봐야 알겠지만 현 시점에서 허삼영 감독의 내년 구상에 최충연은 없다. 허 감독의 기다림과 뚝심이 방황하는 불펜 에이스를 부활 시킬 수 있을까. 2020년 시즌 라이온즈 야구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