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이어 이번에는 브라질이다.
김정수 감독이 이끄는 한국 17세 이하(U-17) 대표팀은 6일(한국시각) 브라질 고이아니아의 올림픽경기장에서 펼쳐진 앙골라와의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전반 33분 최민서(포항제철고)가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지난 2009년 이후 무려 10년 만에 U-17 월드컵 8강 무대를 밟게됐다. 서정원 전 수원 감독과 신태용 전 A대표팀 감독이 주축으로 뛴 1987년 대회,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활약했던 2009년 대회 이후 세 번째 8강 진출이다. 일본-멕시코전 승자와 8강에서 격돌한다.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 세대였다. 이번 대표팀에는 경기를 풀어낼 '스타'가 없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마저도 '에이스'로 꼽히던 서재민이 부상으로 이탈해 한숨은 더 깊어졌다. 하지만 대표팀은 예상을 웃도는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6월 폴란드에서 준우승을 거머쥔 20세 이하(U-20) 대표팀에 이어 또 한 번 세계를 향해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
▶스타의 부재, 체계적인 지원이 채웠다.
이번 대회에 나선 21명의 '리틀 태극전사'는 2002년생이 주를 이룬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축구붐이 일어난 시기와 맞물린다. 이들은 이른바 한국 축구의 '르네상스'와 함께 강조된 체계적인 지원과 지도 속에 축구를 접하고 익혀나갔다.
선수들은 대한축구협회의 지원 속에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 나가 외국 선수들과 실력을 겨뤘다. 브라질 대회를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7월에는 독일로 건너가 바이에른 뮌헨 19세 이하(U-19)팀 등 세계 유수의 유스팀과 친선경기를 치렀다. 지난 9월에는 잉글랜드에서 브라질, 호주, 잉글랜드 U-17 대표팀과 차례로 대결을 펼쳤다.
리틀 태극전사들은 승패를 반복하며 외국팀 적응력을 길렀다. '가상 프랑스' 잉글랜드 U-17 대표팀과 경기 뒤에는 "흑인 선수들과의 경기는 많지 않았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를 통해 많이 배운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브라질로 향하는 길도 지원이 따랐다. 이번 대회에는 김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 및 지원 스태프 등 총 14명이 함께 한다. 지난 U-20 월드컵 때와 동일한 수준이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피지컬 코치 외에도 의무 트레이너 3명이 동행했다"고 전했다.
K리그의 유스 정책도 빛을 발했다. 이번 대표팀에 참가한 21명 중 무려 17명이 K리그 산하 유스팀 소속이다. U-20 월드컵에 이어 또 한 번 K리그 유스의 힘이 빛났다. U-20 월드컵 때는 13명의 선수가 K리그 유스 출신이었다.
K리그는 지난 2015년 세칙을 통해 클럽팀들의 초중고 유스 정책을 공고히했다. 그동안 팀 상황에 따라 우후죽순 달리하던 정책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K리그 유스팀에 속한 선수들은 그 수혜를 받고 있다.
▶"너만 믿고 간다" 긴 호흡이 만든 팀워크
이번 대표팀은 3년 전부터 호흡을 맞췄다. 협회 전임지도자인 김 감독은 지난 2017년부터 대표팀을 이끌었다.(협회는 지난 2011년 전임지도자 제도를 도입했다) 김 감독과 선수들은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예선과 본선을 거쳐 이번 대회까지 장기레이스로 선수단을 운영했다.
그 속에서 김정수호 특유의 색이 나왔다. 전면 압박과 강압 수비가 바로 그것이다. 김정수호는 지난해 열린 AFC U-16 챔피언십 본선에서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5경기에서 단 1실점만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최강'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3경기 2실점이다. 앙골라를 상대로도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대회에 앞서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지시했다. 소집 기간이 아닐 때도 선수별 맞춤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들도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팀워크를 만드는 힘을 길렀다. 이번 대표팀은 만 16~17세의 어린 선수들이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장난치며 놀기 바쁘다. 하지만 경기를 앞두고는 선수들 스스로 '비디오 미팅'을 할 정도로 단합력이 좋다.
믿음도 남다르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골키퍼가 에이스니 신송훈을 믿고 전진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최후방에서 외롭게 싸울 동료를 다독이는 말이다. 부상으로 이탈한 '분위기 메이커' 홍윤상을 위해서는 별다른 내색 없이 복귀를 기다린다는 후문이다. 첫 경기 퇴장 후 고개를 숙인 이태석을 웃게 한 것도 동료들의 농담이다. 끈끈하게 뭉친 김정수호는 이제 선배들도 밟아본 적 없는 4강을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