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한국 프로농구(KBL)의 흥행 호조 분위기에 갑작스러운 한파가 몰아치는 듯 하다.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오심'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승패 결과를 아예 바꿔버리는 치명적인 경기 막판 오심이 문제다. 공교롭게도 창원 LG가 반복해서 이런 판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KBL 게시판에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빠르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농구경기의 특성상 심판이 모든 장면을 100% 정확하게 다 판정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세계 최고의 농구리그인 NBA에서도 오심은 나온다. 그러나 같은 오심이더라도 스코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경기 막판에 나오는 오심은 매우 치명적이다. 한 번의 잘못된 판정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와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KBL 개막전부터 이런 '치명적 오심'이 나왔다. KBL이 공식 인정했다. 지난 10월 5일 LG와 서울 삼성의 시즌 개막전 때였다. 78-78이던 연장 종료 1분50초전 삼성 천기범의 골밑 슛을 LG 캐디 라렌이 블록했다. 하지만 당시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VAR)까지 했음에도 이를 '골 텐딩'으로 판정해 삼성에 2점을 줬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KBL은 이틀 뒤인 7일, 오심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황이 별로 개선된 것 같지 않다. 하필이면 '개막 오심'의 피해자였던 LG가 또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지난 16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의 홈경기였다. LG가 69-68로 앞선 경기 종료 10초전 오리온 장신 외국인 선수 사보비치가 3점슛을 던졌다. 그러나 노골. 백보드를 맞고 나온 공을 LG 외국인 선수 라렌이 잡았다.
그러자 오리온 김강선과 장재석이 엔드라인 부근의 라렌을 둘러싼 채 공을 뺐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 선수들의 신체 접촉이 의심되는 상황이 나왔지만 심판은 콜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라렌이 거친 수비에 저항하다 공을 흘렸고, 이를 다시 잡으려다 오리온 이현민과 충돌하는 순간 공격자 파울이 나왔다. 종료 2.7초를 남기고 오리온이 자유투 2개를 얻었고, 사보비치가 이 중 1개를 성공해 경기가 결국 연장으로 이어졌다. 최종 결과는 오리온의 81대80 승리. LG로서는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셈이다.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장면이다. 라렌을 가운데에 두고 김강선과 장재석이 좌우에서 강하게 압박했다. 경기 영상을 재생해보면 이 과정에서 김강선의 오른손은 분명 라렌의 어깨쪽에 올라갔다가 공쪽으로 내려온 뒤 마지막에는 손목을 잡아채고 있었다.(사진캡쳐 1~3) 충분히 수비자에게 파울을 줄 만한 상황. 그리고 이 장면을 불과 몇 m 앞에서 지켜보는 심판도 있었다.
물론 불과 몇 초 사이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눈으로는 경기 영상처럼 명확하게 이 장면을 잡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판정 하나로 결과가 뒤집히는 상황이었다면 조금 더 신중한 콜이 필요했다. KBL 게시판에는 경기 직후부터 이에 관한 수 십여 건의 성토가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는 비단 LG 팬 뿐만 아니라 KBL을 좋아하는 대다수 농구 팬들이 이 판정에 관해 강력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KBL이 이번 판정에 관해서는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 KBL 관계자는 17일 오전 "LG-오리온 전 판정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