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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보셨죠?"..33세에 꿈의 데뷔전 치른 마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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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1일 첼시전 종료 직후 자기진영 골문을 향해 달렸다. 그곳에는 골키퍼 데이비드 마틴이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1대0 승리를 만드는 결승골 주인공 아론 크레스웰 등 필드 플레이어들은 마틴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17년 만에 거둔 첼시 원정 승리에 마틴도 울고, 웨스트햄 팬들도 울었다.

마틴은 국내뿐 아니라 잉글랜드 축구계에도 잘 알려진 이름이 아니다. 밀월, MK 돈스 등 하부리그를 전전하던 그는 1970~90년대 웨스트햄에서 활약한 '레전드' 앨빈 마틴의 아들로 더 유명했다. 지난 6월 웨스트햄에 3번째 골키퍼로 입단한 마틴은 주전 수문장 우카시 파비안스키가 장기 부상을 당하고, 2번 로베르토 히메네스가 만족할 만한 활약을 펼치지 못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데뷔 기회를 잡았다. 최근 8연속 무승으로 경질 위기에 놓였던 마누엘 페예그리니 웨스트햄 감독은 "이번 주 초에 마틴과 얘기를 나눴을 때, 준비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깜짝 투입배경을 설명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리버풀에 몸담았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마틴은 사실 33세의 나이에 찾아온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앞두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나는 지금까지 꽤 많은 경기를 소화했지만, 이번 경기는 확실히 달랐다. 근 이틀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내 모습을 보고 크레스웰이 배꼽잡고 웃더라"고 말했다. 하필 데뷔전 상대도 '천적' 첼시였다. 웨스트햄은 2002년 9월 이후 첼시의 스템포드 브리지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그런 첼시를 상대로 마틴은 6개의 선방과 함께 경기를 무실점 승리로 마쳤다.

마틴은 경기 후 "(스탠드에 있는)아빠를 봤는데, 우리 둘 다 울고 있었다. 우린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다. 당신이 21년 동안 활약한 클럽에서 아들이 데뷔를 하고 클린시트를 했으니 환상적인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예그리니 감독은 "경기 전에는 무척 조용했는데, 경기장에선 95분 동안 필요한 것을 다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크레스웰은 "훈련장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하더니 결국 데뷔전을 치렀다. 스템포드 브리지에서 클린시트를 할 수 있는 골키퍼는 많지 않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팬들은 트위터를 통해 "이것이 축구" "뷰티풀 게임" "이 소년이 앨빈의 아들이라고?" "오늘부터 내 아이돌이다" "마틴이 페예그리니 감독을 살렸네" "동상을 세우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